(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해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레벨을 낮춰갈 수 있을지에 서울 외환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외환딜러들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추가 양적완화(QE3)에 대한 침묵으로 효과가 반감되기는 했지만, 아시아금융시장에서 중국 증시 상승 등에 기대 달러화가 추가로 레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보다는 QE3 실망감이 우위를 점하면서 달러화가 1,170원대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부터 기준금리 성격인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 적용한다고 전일 밝혔다. 인민은행은 또 금융기관의 예금금리 적용 상한을 기준금리의 1.1배, 대출금리 하한을 0.8배로 각각 정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3년반만에 처음이다.

중국 금리 인하로 지난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장중 한때 1,161원까지 내리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버냉키 의장이 QE3에 대해 힌트를 내놓지 않는데 따른 실망감으로 달러-원 1개월물도 1,171원선까지 반등했다.

딜러들은달러화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재차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A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버냉키 의장 발언에 대한 실망과 피치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등이 역외 시장에서 달러화 하락을 되돌렸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중국의 금리 인하를 빌미로 주요국의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일 달러화 급락시 주춤했던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이날은 더해질 수 있는 만큼 달러화가 레벨을 낮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이날 중국 증시는 급등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 증시 흐름을 주목하면서 달러화가 1,160원대 중반까지는 하락할 공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도 "버냉키가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지만,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버냉키의 침묵이 글로벌 달러를 강세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재료는 아닌 만큼 이날 달러화는 중국 재료를 반영해 저점을 낮추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지만 금리 인하가 중국 경기 부진을 확인시켜 주는 재료가 될 수 있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QE3 기대로 움직였던 만큼 달러화가 버냉키 실망감을 더 크게 반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가 오히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나 부양책 도입 등이 뒤따른다면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가 힘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장은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도 금리 인하보다는 QE3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날은 위험투자 심리가 우위를 점하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도 "호주달러아 원유가격 등은 뉴욕 시장 종가 수준으로 보면 전일 서울장 종가보다 약세로 마감했다"면서 "중국 재료를 버냉키 실망감이 압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금리 인하 재료가 이미 한차례 반영된 후 영향력이 소멸된 만큼 달러화가 재차 하락하기보다는 1,170원대 종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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