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12조 쓰면 해운·조선 살릴수 있나
<배수연의 전망대> 12조 쓰면 해운·조선 살릴수 있나
  • 승인 2016.06.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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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위기에 빠진 해운업과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결국 산으로 가는 듯하다. 사공은 많지만 가야할 항로를 아무도 모르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은 현황파악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해운업과 조선업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기업들이 낸'눈속임 자구계획'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조선사 업황 전망도 없는 구조조정 계획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조성은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할 예정이니 최종 대부자인 한국은행이 돈을 대라는 의미다.펀드 설정 목표액 12조원 가운데 11조원을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돈을 들여 조선업 등이 살아난다면 12조원을 다 써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조선업이 공적자금 등 돈만 잔뜩 쓰고 경쟁력을 잃은 스웨덴의 철강산업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선복량(bottoms, 船腹量)과 세계 물동량 동향 등을 감안하면 조선업이 상당기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전 세계 대부분 배는 2000년 이후 건조된 '최신형'

선복량은 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이다. 일반화물선의 경우에는 적재가능한 화물의 최대중량을 말하는 재화중량톤수(dead weight tonnage; DWT)를 사용하고 컨테이너선의 경우 최대 컨테이너적재량을 20피트 컨테이너단위(twenty foot equivalent Unit, TEU)로 표시한다.

글로벌 조선 전문 조사업체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벌크선은 전체 선복량의 75%가 건조한 지 10년이 안된 선박들이다. 한 때 우리 조선사들의 주력이었던 컨테이너선도 전체의 70%가 선령 10년 미만이다. 탱커선도 전체의 60%가 건조한지 10년이 안된 배들이다. 선령 범위를 15년으로 넓히면 컨테이너선은 전체 선복량의 87%, 벌커선은 86%, 탱커선은 83%가 해당된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면서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대항해 시대'에 대부분 건조됐다는 의미다. 대부분 선박의 적정 선령을 30년 이상으로 볼 때 앞으로 10년 이상은 선박 노후화에 따른 신규 발주 수요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유가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로 물동량은 줄어들 일만 남았다

해운과 조선 등 핵심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글로벌 교역량의 감소에 있다. 문제는 교역량 감소가 경기 순환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은 지난해 '글로벌 교역 둔화: 순환적 요인인가 아니면 구조적 원인인가'란 보고서에서 글로벌 교역 둔화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다고 했다.

IMF와 WB는 교역량 감소의 첫번째 요인은 글로벌 공급사슬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제품을 중국 등 신흥국에서 제조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형태의 국제분업이 활발해지면서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었다. 하지만 이제 저유가 등으로 신흥국에 진출한 해외의 공장이 미국 등 자국으로 철수(=리쇼어링)하며 교역 둔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2018년부터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강점을 가지면서 수입대체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 비닐로 된 라면 봉지도 생산하는 시대가 곧 열린다는 의미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조선·해운의 후방산업인 포스코 주식을 대거 정리하고 미국의 철도 관련 주식을 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무역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글로벌 교역량은 11.9%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교역량 감소로 인한 해운수요가 급감하면서 컨테이너선은 계선 비중이 전체 선복량의 7% 수준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계선은 해운 경기가 악화될 때 배가 운항을 중지하고 항국에 묶여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척수로 따지면 3천TEU급 컨테이너선 200척이 할일이 없어 부두에 발이 묶여 있다는 의미다.

교역량 감소를 반영해 선박 건조량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CGT:compensated gross tonnage)도2013년 이후 큰 폭으로 줄었다. 2013년 6천100만 CGT 수준이던 선박 신규 발주 물량이 미국 제조업 부활이 가시화된 2015년 2천600만 CGT에 그치는 등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는 조선업 부진의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한 현황 파악부터 서둘러야 한다. 기본적인 수급 현황만 봐도 대마불사(Too-big-to-fail) 말고는 조선업 지원의 명분을 찾기 힘들다. 12조원으로 과연 조선업을 살릴 수 있을까.(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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