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LG유플러스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전면 허용키로 하면서 SK텔레콤와 KT 등 경쟁 사업자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m-VoIP 확산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3위 사업자인 LGU+가 무료통화 전면 허용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SKTㆍKT로서는 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SKT는 m-VoIP를 3G 5만4천원 요금제, LTE 5만2천원 요금제 이상에서만 허용하고 있었지만,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서비스 개시로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었다. KT 또한 당장 요금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 3G 5만4천원 요금제 이상에서의 사용이라는 이용 제한 약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LGU+의 이 같은 결정은 'LTE 올인'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그간 보수적인 요금 정책을 폈던 LGU+가 이동통신 업계 '3위'에 머물렀지만, LTE로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업계 최초로 전국망을 구축하는 등 이번 기회에 확실히 1,2위 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U+의 기습...SKTㆍKT "겉으론 담담하지만" = LGU+는 지난 7일 유선 인터넷전화 관련 서비스 기자간담회에서 보이스톡 등 m-VoIP 서비스와 관련 요금, 이용용량 등과 관련한 제한 정책은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무료통화 보이스톡 논란이 빚어진 지 4일 만에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그동안 LGU+는 모든 요금제에서 m-VoIP를 차단해왔지만, 이번에는 모든 요금제에 전면 m-VoIP 허용을 통해 가입자 유치에 혈안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기준 LGU+의 LTE 가입자는 240만명이다. 6일 기준 SKT는 300만명, KT는 100만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m-VoIP를 전면 허용한다면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에 대해 SKT와 KT는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LGU+에 대해 당혹감을 드러냈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상에선 LGU+의 이 같은 방침을 환영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LGU+가 가입자 규모가 적은 3위 사업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m-VoIP 서비스에 대한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SKT과 KT는 카카오톡 무료통화 논란이 불거진 이후 '무임승차' 논리를 내세워 거세게 반발해왔다. 보이스톡이 이통사의 음성통화를 대체해 매출 수익을 잠식하고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KT 관계자는 "이통사 매출 감소와 투자여력 위축으로 전체 ICT 생태계 조성에 결코 도움이 안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망 투자 비용으로만 올해 3조1천억원, 지난해 3조5천억원 투자했다"며 "카카오톡이 텍스트 외에 음성까지 이통사 망을 이용하게 되면 트래픽이 폭주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이동통신사만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U+가 3위 업체니까 음성통화 수익을 포기하고 가입자 확대 또는 데이터 위주 매출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그게 잘 될지는 글쎄…"라며 말을 줄였다.

◇SKTㆍKT, 요금인상 카드 어려울 수도 = 일단 LGU+의 반격으로 m-VoIP의 제한 강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m-VoIP 허용 대상 요금제를 5만원대 이상에서 7만원대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KT 또한 당장 요금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 이용 제한 약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GU+의 정책변화로 이동통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SKT와 KT의 가입자들이 LGU+와 마찬가지로 mVoIP 전면 허용을 요구할 게 뻔하고, 이로 인해 가입자 이탈이 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이스톡에 대해 '기본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보이스톡이 차단되거나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T와 KT 등 경쟁사의 반대가 강해질수록 가입자가 LGU+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5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들도 보이스톡으로 한 단계 낮은 요금제로 갈아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m-VoIP의 서비스 차단과 요금 인상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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