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실언(失言)과 해명을 반복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발언할 때마다 관계 기관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과도한 표현으로 금융불안을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으로 이해될 것이다"며 "스페인 경제 규모는 그리스의 5배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을 초월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대공황'이라는 표현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특히 경제부처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주체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금융위원장은 오히려 불안을 확대ㆍ재생산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지적이 줄을 잇자 지난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금융시장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금융위에 있으며 내각은 대부분 (나와)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대공황'에 빗대어 금융불안이 오히려 커졌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유로존 위기가 대공황처럼 경제적인 영향이 큰 데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로존 위기를 기점으로 '자본주의 4.0'처럼 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관치' 논란에 휩싸이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금융위 출입기자단과 과천 서울대공원 산행을 마친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증시 붕괴를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게 확고한 생각이다"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통한 증권시장 사수는 나의 카드며 필요하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연기금을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연기금을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재차 하락할 경우 책임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위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커지자, 발언의 의도가 연기금을 동원해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 발언의 진의는 주식시장이 붕괴될 경우 개인과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연기금도 공멸하게 되므로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김 위원장 발언으로 참고자료를 내놓는 소동을 벌였다.

유로존 위기를 '대공황'에 빗댄 김 위원장과 달리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있고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며 "현재로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스페인의 부도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비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한 셈이다.

이에 경제상황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간 시각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고 금감원은 결국 지난 9일 "권 원장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년간 금융완화정책에 따라 과잉 유동성이 공급되고 이 유동성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둔화가 상당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경제주체들이 경계심을 갖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며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출연한 방송에서 "자꾸 해명하게 하는 언론 때문에 피곤하다"며 밝히며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표현이 과도한 데다, 내용 중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진단이 다른 경제부처 수장과 확연히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그의 전망은 박재완 장관은 물론 권혁세 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도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전망은 틀리고 김 위원장만 맞을 수도 있지만,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사전에 조율하고 정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