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은행권과 경제관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것 같다. 내년부터 2년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70만호에 달해 은행 등 금융권 부실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도 있어서다. 중도금 상환유예 등이 적용되는 집단 대출이 속속 개인 대출로 전환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가계의 상환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2017~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70만호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난 1990년대 이후 최대 물량이다. 부실자재 파동을 일으킬 정도였던 1기 신도시 주택량이 200만호다. 당시에도 한꺼번에 200만호가 공급되진 않았다. 1994~1995년에 82만가구1997~1998년에 83만가구 등 순차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전,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유사이래 최대였던 1기 신도시 주택은 무리없이 소화됐다. 당시에는 주택보급률도 86%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주택보급률이 2014년 기준으로 118%에 달하고 내년부터 베이비부머의 1차 퇴장이 가시화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 연령의 사람을 일컫는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드는 등 이른바 '인구보너스 시대'가 끝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의 고령화는 모든 경제적인 이슈를 집어삼키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 우리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불과 10년뒤인 2026년에는 20%를 넘기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과 집단대출의 개인 전환이 맞물리면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차도 시나리오에 따라 준공후 미분양이 3만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베이비부머가 퇴장하는 2017년부터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10년뒤인 2026년부터는 전체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중도금에 대한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수요자들의 상환능력 여부에 관계없이 대출이 나갔다는 의미다. 카드사가 부실화됐던 2000년 무렵 길거리에서 묻지마식으로 카드 가입이 가능했던 구조와 비슷하다. 소득 증빙이 없이 빚을 당겨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가운데 가계 부채의 질도 저하될 우려가 짙다.

최근 분양되는 수도권 일부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위주의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수요보다 저금리에 따른 단기 차익 목적의 폭탄돌리기식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급기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런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