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값이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 현물값은 지난 주 한때 1,300달러를 넘기는 등 파죽지세의 상승세다. 6월초 1,200달러선에서 등락하던 금값이 한 달 만에 100달러나 오르는 초강세를 연출한 것이다.

금값의 상승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미래에 발생할 위기를 미리 경고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 금과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채권시장 활황의 바통을 이어받아 금시장도 랠리에 동참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값 랠리의 배후엔 큰 손들의 투자가 있다. 최근 기지개를 켜며 활동을 재개한 조지 소로스가 대표적이다. 소로스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정리하고 금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값이 오르면 수혜를 받는 금 관련 주식에도 투자했다고 한다.

영국 파운드화 공격, 2007년 미국 주택시장 거품 경고 등으로 유명한 소로스가 금융시장에 복귀했다는 자체가 시장에 강력한 위기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소로스의 투자가 언제나 100% 들어 맞는 건 아니기에 그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볼 때 여기저기 잠재한 불안요소를 마냥 덮어두고 지나가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브렉시트 투표가 가장 큰 불안요인이며, 중기적으로는 중국의 부채 문제가 위험요소다. 금값의 상승엔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반영돼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1차적으로 브렉시트의 벽을 넘어야 하고, 2차적으로는 중국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로스 역시 금에 투자하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거론했다. 소로스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은 공산당 지도부의 내분 때문에 향후 경제 문제 해결에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엔 "빚으로 돌아가는 중국 경제는 2007년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1월엔 중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아시아 국가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세계경제의 불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소로스는 EU의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가 금에 투자하면서 남긴 화두에 EU 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는 "EU는 이민 문제 때문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와 그렉시트 이슈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로스가 걱정하는 브렉시트는 이번 주에 중요한 시험대에 선다. 23일(영국 현지시간) 예정된 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되면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지난 주 발생한 조 콕스 하원의원 피습 사태가 투표의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브렉시트 찬성파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로스의 예상대로 브렉시트와 EU 해체 수순으로 갈지, 그와 반대로 EU 잔류와 금융시장 회복의 길을 걸을지 세계의 이목이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