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 주는 스페인 호재와 그리스 악재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스페인 호재보다 그리스 악재의 무게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스페인은 주말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유럽연합(EU)은 스페인 은행권에 부족한 자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인공호흡을 해줬다. 재정 긴축 같은 가혹한 요구 사항은 없다. 사실상 조건없는 지원이다.

그리스에서는 악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17일 예정된 2차 총선에서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U의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신민당과 이를 반대하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불확실하다.

주초에 스페인 호재로 반짝 웃음을 짓다가 주말로 다가갈수록 그리스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시장이 급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금융시장의 눈은 스페인보다 그리스에 쏠려 있다.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스페인 금융위기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을 더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EU가 스페인의 구제금융을 예상보다 빨리 발표한 것은 그리스 총선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마불사' 스페인 = 국제금융시장에서 스페인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로 통한다. 방안에 웅크린 800파운드의 고릴라라고도 한다.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큰 나라다. 스페인이 망하면 유로존 시스템 자체가 의미 없다. EU가 스페인에 금융지원을 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스페인에 들어가는 돈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페인에 들어가는 금융지원은 일반 구제금융과는 조금 다르다. 은행 자본확충에만 한정돼 지원하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가 구제를 받는 그리스와는 사정이 다르다.

구제금융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대략 1천억유로(한화 약 146조원)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최대 2천억유로(29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스페인 구제금융을 호재로 해석한다. 뱅크런(대량예금인출사태)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재정ㆍ금융부실로 신음하는 스페인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 총선 = 그리스 총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최악의 경우 3차 총선까지 갈 수도 있다. 시리자와 신민당 누가 이기든 연립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차 총선 때 연정 구성에 실패해 2차 총선으로 갔던 전철을 이번에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시장이 원하는 최선의 결과는 신민당이 총선에서 1당을 확보하고 사회당과 군소정당을 규합해 총 의석의 50%을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친EU'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고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기본으로 하는 정책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시리자가 총선을 이기고 연정을 구성하면 시장은 패닉(공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유로존 탈퇴 카드를 가지고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며 EU와 대결국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자와 신민당 모두 정부구성에 실패해 3차 총선으로 가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대의를 생각하지 않는 유권자와 타협하지 않는 정치권은 그리스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그리스가 악순환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걱정거리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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