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스페인에 지급될 1천억유로(146조원)의 구제금융에는 긴축이 수반되지 않아 스페인이 적자 감축 비율을 달성하지 않을 때에도 구제금융이 계속 지급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미국 시간) 진단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의 긴급 전화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 정부가 유로존 국가들에 은행 분야에 필요한 구제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금융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조건으로 스페인의 요청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긴축 등 경제 개혁 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AFP는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프로그램에서 그리스, 포르투갈보다 선전하는 아일랜드가 스페인의 구제금융 조건에 맞게 긴축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도 아일랜드 정부의 한 관료를 인용해 "재협상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번거로운 은행 의무에 어떤 조치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17일에 2차 총선을 앞둔 그리스와도 관련이 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의 긴축 프로그램을 파기하고자 하며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도 긴축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에 대한 긴축 프로그램이 없는 이유는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정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금융권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구제금융을 받는 데 따른 의무는 정부가 아니라 은행들이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WSJ는 스페인 정부와 금융권을 칼로 자르듯이 분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화기구(ESM) 등 유로존 구제기금의 규정을 보면 구제기금은 정부에만 대출할 수 있다. 이번 구제자금은 스페인이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운영 중인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에 직접 투입돼 금융권으로 지원된다.

FROB에 투입된 자금은 고스란히 스페인 정부의 부채가 되며 지원된 자금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스페인 정부가 상환 책임을 지게 된다.

또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지원된 구제금융의 상당 부분은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자본 확충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3개국이 스페인 구제금융과 그들의 구제금융에 차이가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스페인 금융 체계와 금융권과 관련해 "물론 정책적 조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스페인이 통상적인 EU 경제정책 감시 틀 안에서 이미 (긴축) 조치를 했기 때문에 구조 개혁이나 새로운 긴축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는 올해 예산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4%로 줄이고 내년에는 3.0%로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국민당 새 정부는 이 약속에서 일방적으로 한 걸음 후퇴해 올해 적자 비율을 5.3%로 높인 상태다.

WSJ는 스페인이 이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은행 구제금융이 중단되는지도 확실치 않다면서 스페인에 조건 없는 구제금융이 이뤄질 때 다른 국가로부터 공격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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