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겸손하라. 또 겸손하라. 죽을 만큼 겸손하라."

삼성자산운용의 '노가다 십장'이라고 불리는 박희운 리서치센터장이 업계 후배인 김종선 전 삼성운용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건넨 마지막 조언이다.

지난주 이 둘은 삼성운용의 어느 회식자리에서 만났다. 김 매니저는 조만간 홍콩에 위치한 밀레니엄 헤지펀드로 이동한다.

지난 3월 말, 김종선 매니저가 밀레니엄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에 금융투자업계는 떠들썩했다.

밀레니엄인베스트먼트는 골프로 치면 마스터즈 대회 같은 곳이다. 밀레니엄에 근무한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것을 공인받은 셈이다.

김 매니저는 삼성운용의 헤지펀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운용은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출범하면서 김 매니저를 발탁했다.

이미 5년이 흘렀지만 삼성운용의 헤지펀드는 '가장 헤지펀드다운 헤지펀드'란 평가를 받는다.

연 5~6%의 낮은 변동성과 꾸준한 수익률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의,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낸다는 헤지펀드의 본래 정체성에 가장 맞는 펀드라는 얘기다. 2011년 설정된 1호 펀드는 누적 43%대, 2012년 설정된 펀드들도 최소 15%, 최대 42%의 수익률을 시현했다.

업계 안팎의 평가가 이렇다보니, 김 매니저의 코가 우쭐해질 만도 하다. 밀레니엄을 비롯해 그간 수차례 국내외 굴지의 헤지펀드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밀레니엄으로 가면서 그가 받게 되는 성과보수 비율이 4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매니저에게 박희운 센터장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따끔한 조언을 했다.

김 매니저는 사실 2005년부터 삼성운용 리서치에서 근무, 입사부터 6년 정도를 박희운 센터장과 동거동락한 '박희운 키즈'나 마찬가지다.

성장 과정과 현재를 쭉 지켜봤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필요한 점이 뭔지 잘 아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종선 매니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헤지펀드를 운용하면서 일이 바쁘다 보니 다소 결론부터 듣고 시작하는 버릇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과 태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박 센터장이 이 점을 들어 충고한 듯하다"고 전했다.

박희운 센터장 밑을 거쳐 간 금융투자업계 인물은 김 매니저뿐만이 아니다.

이동호 한국투자신탁운용 리서치센터장, 은성민 전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 센터장은 2000~2007년 삼성투자신탁운용 리서치 팀장을 하다 이후 바이사이드로 잠시 외도했다. 이후 2014년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으로 복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박 센터장이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를 넘나들며 리서치센터 수장만 16년 넘게 했기 때문에 그를 거친 애널리스트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 송상훈 전 BNK투자증권 센터장 등을 비롯해 여의도 리서치계의 한 줄기가 되는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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