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스페인 금융권에 최대 1천억유로(146조원)의 구제금융이 투입됨에 따라 스페인 정부와 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보유한 민간 채권자들이 공적 채권단보다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알베르토 갈로 헤드는 10일(영국 시간) "스페인이 금융권을 체계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 은행채에 헤어컷(원금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공적 채권단은 이에 대해 우선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이 9일에 발표한 성명에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화기구(ESM) 가운데 어느 곳에서 스페인에 자금을 지원할지 분명히 나와 있지 않다.

ESM이 지원에 나서면 조약에 따라 ESM은 우선 채권자 지위를 갖게 된다.

ESM 조약 12항은 2013년 1월부터 국채 조건에 집단행동조항(CACs)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CACs는 국채 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교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그리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 채권단은 손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민간 채권단이 채무조정 과정에서 더 큰 손실을 부담하는 쪽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EFSF가 스페인에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경우 EFSF는 우선 채권자 지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유타 우르필라이넨 핀란드 재무장관은 스페인 구제금융 자금이 EFSF에서 지원된다면 핀란드는 이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연립정부의 재정 분야 대변인인 노르베르트 바틀레 의원은 유로존 정상들이 ESM에서 스페인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라며 ESM이 납입자본금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삭소방크의 슈틴 야콥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위험은 모든 스페인 채권에 ESM보다 하위라는 점"이라며 "핀란드는 이미 스페인 구제금융이 EFSF에서 조달될 때 담보를 요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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