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은행의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들은 타 지역 대비 규모가 적은 영국 및 유럽 대상 익스포저에 대해 안심하면서도 향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비상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역시 일일 자금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은행권에 컨티전시플랜을 주문한 상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장은 27일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권역별 대응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장과 6개 금융협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연구원장과 머리를 맞댄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지역 익스포저, 외화 자금이동에 민감한 은행권은 한발 앞서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과 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양현근 부원장보는 각 은행에 철저한 외화 유동성 관리를 주문했다.

금융위 역시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은 물론 외화 자금시장 관련 동향 모니터링, 지역별 외화차입금, 대외 익스포저 등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키로 했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은행들은 각각 부행장들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선 외화 유동성을 비롯해 여신, 자금조달, 현지 지점 및 법인 상황에 대한 점검이 주로 논의됐다.

국내 금융회사의 영국 금융회사 및 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채권 등 익스포저는 지난 3월 말 기준 72억6천만달러다. 이는 전체 익스포저의 6.3%에 해당하는 규모다.

A 시중은행 부행장은 "영국 지역에 대한 익스포저의 절대적인 규모는 제한되지만, 영국을 시작으로 다른 유럽계 은행까지 자금회수에 나선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브렉시트는 확정됐지만, 영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라 현지 상황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이후 런던지점에 브렉시트 가능성에 따른 대비를 주문한 상태라 익스포저에 대한 부담이 크진 않다"며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다른 은행들도 부담은 제한되겠지만, 현재의 변동성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얼마나 확산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현지에 법인이나 지점을 소유한 은행들의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도 예상보단 크지 않았다.

현재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법인과 지점은 총 7개다. 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현지법인 형태로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외은지점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법인과 지점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연말 기준 96억4천만달러 정도. 자산의 구성 역시 90% 이상 달러화로 보유하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런던지점의 경우 자본은 100% 달러화, 자산은 95%가 달러화로 파운드화가 가진 자산 비중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향후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나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는 아직 크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자산이나 자본에 대한 우려보단 국내 은행이 보유한 익스포저에 대한 관리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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