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Brexit) 확정 소식에 국내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영국 런던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상징성을 잃게 되면 유럽지역 영업망의 구심점 이동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시중은행 부행장은 27일 "현 시점에서 지점의 이동을 논하기엔 빠르지만,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유럽지역의 중심 채널이 변경될 순 있을 것"이라며 "영국 런던지점은 유럽 영업망 채널 구축에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 이를 통해 유럽지역을 한번에 통할 수 없다면 다른 법인이나 지점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은행이 현지법인과 지점, 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유럽 국가는 영국을 제외하고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헝가리, 아일랜드 정도다.

산업은행은 독일에 현지 사무소, 헝가리와 아일랜드에 각각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수출입은행도 프랑스와 터키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신한은행은 독일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독일에 현지 법인,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현지 지점, 그리고 터키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반면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법인과 지점은 총 7개다. 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현지법인 형태로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외은지점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은행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유럽지역 채널의 구심점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독일과 프랑스 지점의 역할이 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영국이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규모가 있어 지점 자체를 폐쇄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줄어드는 영향력만큼 다른 유럽지역 현지 법인과 지점의 역할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 지역 정국이 안정될때까지 흐름을 지켜봐야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연합에서 영향력이 큰 지점 중심으로 역할론이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기업의 이동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언급됐다.

영국에 진출한 것이 더 이상 이점이 없다고 판단하는 국내 기업이 인근 유럽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은행의 해외 진출 전략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C 은행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그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 및 해외기업 대상 대출"이라며 "이들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고객망 유지와 확보를 위해 은행 역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에서 다른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국내 기업이 더 이상 세금과 행정 비용 부문에서 혜택을 얻을 수 없어 이동한다면, 이는 큰 추세가 될 것"이라며 "기업이 이동한다면 은행의 영업 구심점도 바뀌어야한다"고 진단했다.

D 은행 관계자는 "이미 HSBC나 골드만삭스 등 해외 대형 은행들의 영국 이탈이 가시화 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우리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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