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는 훗날 문명사를 바꾼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도 없지않다.국내외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반무역, 반이민, 반세계화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발생하면 큰 파문을 낳는 '블랙스완의' 출현 혹은 '테일리스크'의 현실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무튼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도 여태까지와 다른 차원의 접근법을 요구받을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의 배경에는 영국의 반이민 정서보다 더 큰 그림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촉발된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숨은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영국도 경기 부진과 저유가가 겹쳐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됐고 투자부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리먼 파산의 후폭풍은 진행형

브렉시트의 현실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금융위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 이하로 성장하면서 좀처럼 유효수요를 회복하지 못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에 노출됐고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나마 영국의 경제성적이 나은 편으로 분석됐지만 일자리를 잃은 영국 현지인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셰일가스 혁명 등이 촉발한 저유가는 산유국인 영국의 일자리를 더 가파른 속도로 구축한 것으로 풀이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이 나면서 영국도 디플레이션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제부터 디플레이션의 수출을 위한 환율전쟁

브렉시트의 현실화로 가뜩이나 부진했던 국제교역은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무역외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환율 절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렉시트로 선진국 사이에 유지됐던 공조체제도 크게 흔들릴 조짐이다. '나부터 살고보자식'의 환율 전쟁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려는 시도가 더 격렬해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등 우리 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효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물론 금융시장도 건설사의 해외 수주 부진과 조선업종의 해양플랜트 대규모 적자를 브렉시트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촉발한 것이라면 그 파장이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커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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