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파장에 국제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식과 석유 등 각종 위험자산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선진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은 모든 투자자가 찾는 귀하신 몸이 됐다. 예상과 반대의 결과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문제아로 찍힌 그리스의 EU 탈퇴(그렉시트)보다 브렉시트가 먼저 발생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간에선 브렉시트를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 유수의 은행이 줄줄이 도산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를 집어삼켰던 것만큼 브렉시트도 못지않은 큰 파문을 몰고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영국이 EU를 떠남에 따라 너도나도 영국의 뒤를 따르겠다는 주장이 각 회원국에서 쏟아진다. 브렉시트 다음엔 그렉시트라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극우세력들은 영국처럼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한다. 미국 은행들이 파산의 쓰나미에 빠졌던 것처럼 유럽연합 회원국들도 탈퇴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최근 20년간 벌어진 세계 금융위기는 대부분 여름에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여름의 공포'다. 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2007년 여름 미국 10위권 모기지업체인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그해 여름 태국에서 발생한 바트화 위기부터 시작했다.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한 뒤에는 여름마다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구제금융 문제가 유럽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일부 남유럽 국가의 EU 탈퇴론도 불거졌다. 작년 6월에는 그리스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긴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벌이는 바람에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한 기억이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브렉시트에 가려져 그동안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상이 순탄하지 않다면 그렉시트 논란이 국제금융시장을 또 한차례 흔들 위험이 있다.

지구촌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브렉시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국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위기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스와프가 가동될 것이다. 하반기 긴축의 고삐를 죄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과 일본은 위기대응을 위해 추가 완화를 저울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도 감수해야 한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저금리의 덫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졌다. 유럽과 일본 등은 마이너스 금리의 압박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선 중장기물 국채금리의 대폭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