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촉발한 안전자산 선호가 진정됨에 따라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9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4/32포인트 낮아졌고, 수익률은 전일보다 1.3bp 오른 연 1.477%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2bp 상승한 0.625%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3bp 높아진 2.281%를 보였다.

국채가격은 위험회피 약화로 이틀째 유럽증시와 뉴욕증시, 파운드화, 유로화,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도 월말과 분기말 포트폴리오 조정용 매수세로 상승 출발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 600지수는 3.09% 상승했고 8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 밖으로 감소한 데다 노르웨이 유전 노동자들의 파업 가능성이 상존해 전날보다 배럴당 4.24%나 오른 49.88달러에 마쳤다.

다만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금값이 0.7% 오르는 등 안전자산 선호도 공존했다.

RBC웰스매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비숍 전략가는 "자산 가격 안정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브렉시트 파장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비숍 전략가는 "미 국채수익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라며 "유럽 국채수익률이 '닻'처럼 미 국채수익률도 끌고 내려가고 있어서 앞으로 큰 폭의 반등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혼조적으로 나온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상승세가 부진한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느려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지출이 증가세를 나타내 올 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 상무부는 5월 PCE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에 부합한 것이다.

5월 개인 저축률은 5.3%를 나타내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3월 저축률은 6%였다.

5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고 전년 대비 0.9% 올랐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과 전년 대비 0.2%와 1.6% 각각 상승했다.

지난 5월 미국의 펜딩(에스크로 오픈) 주택판매가 하락세를 보여 미 주택시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전월 수정치 115.0보다 3.7% 하락한 110.8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2.0% 하락이었다.

5월 펜딩 주택판매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 낮아졌으며 연율로는 201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로렌스 윤 NAR 수석 경제학자는 타이트한 재고와 빠른 가격 상승 등이 주택시장 문제로 부각했다고 말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 폭이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위험자산 가격 안정세가 지속하자 오름폭을 다 줄이더니 반락했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브렉시트 결정 후 지난 24일과 27일 이틀간 매수했던 안전자산을 일부 풀어내는 거래가 있었다며 하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견해를 보였다.

브린캐피털의 스코트 부쉬타 헤드는 "시장은 일종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주요 위험과 정치적 불안이 여전히 크지만 모두가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앉아서 생각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전략가들은 최근 발표되는 미 경제지표 내용이 좋은 데도 채권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브렉시트 등 해외 변수 영향이 워낙 큰 데다 연준도 이 여파의 영향권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21%, 인하 가능성을 1% 반영했다.

전략가들은 또 미 국채수익률이 내려도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까지 떨어진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높다며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가 계속되는 점도 국채수익률이 많이 오르지 못할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1.3bp 하락한 -0.127%에서 거래됐다. 같은 만기 영국 국채수익률도 전일의 0.955%에서 0.949%로 내렸다.

일부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율은 4년 이상 연준의 목표치 2%를 밑돌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안전자산으로써 미 국채에 대한 선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케빈 기디스는 "채권시장에서 일부 안전자산 매수 강도가 약해졌지만, 터키에서 새로운 테러가 나는 등 미 국채시장은 여전히 세계의 안전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이 요인은 국채수익률을 언제든지 낮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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