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2002년 개설된 이후 올해 들어 200종목을 돌파하는 등 양적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다만, 국내 주식형 일부 상품에만 의존하는 시장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ETF시장 상장종목은 올해 들어 200개를 돌파하며 6월 현재 215개로 늘어났다. 시장 개설 당시 3천억원대로 출발했던 순자산총액은 작년 2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21조7천857억원까지 성장했다.

코스피 대비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10년 2% 수준이었으나 2011년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해 2013년 19.8%까지 급증했다.

특히,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ETF를 찾는 수요는 더욱 늘어나며, 코스피 대비 거래대금 비중이 이달 들어 2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의 거래 쏠림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다양한 전략의 ETF를 출시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의 경우 인덱스형으로만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시장은 인덱스형의 쏠림이 심각하다"며 "3개 종목이 전체 거래대금의 66%를 차지하고, 특정 레버리지 종목은 27%의 비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목 선택의 다양화가 결여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액티브 스타일의 ETF도 대부분 그룹이나 배당형에만 치중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덱스형을 벗어나 대체자산 투자나 운용사 고유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ETF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Exotic ETF'는 지난 2009년 전체 ETF 대비 0.15% 비중에서 올해 0.84%까지 규모를 키우고 있다.

'Exotic ETF'란 절대수익형과 변동성 활용 상품, 알파 추구형 등 운용사 고유의 투자 전략이 반영된 ETF다.

신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변동성 관련 ETF 상품이 전무하다"며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변동성 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변동성 ETF가 더 매수 포지션 자산의 헤지로서 활용도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 ETF의 해외 투자 비중이 크게 낮다는 점도 거론된다.

현재 국내 ETF의 지역별 운용자산(AUM) 비중은 한국이 90.8%로, 해외는 9%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ETF의 경우에도 중국 비중이 56%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여타 지역을 투자하는 ETF 상품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민 삼성자산운용 VP는 "ETF의 국내 쏠림은 한국 금융시장의 현주소"라며 "전 세계 시가총액의 한국 비중이 지난달 기준 1.91%지만, 내국인의 주식투자액 중 국내 비중은 8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들어서는 소득 수준의 향상과 국내 증시 활력 저하로 해외 투자가 많아지는 편"이라며 "ETF시장에서도 테마형이나 전략형 등 스마트베타 상품이 늘어나고 해외 투자 기회는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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