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영국 중앙은행의 추가 통화완화 시사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분기 말 거래가 엇갈리며 단기물은 오르고 장기물은 내리는 혼조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1/32포인트 낮아졌고, 수익률은 전일보다 1.5bp 오른 연 1.492%에서 거래됐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6월 들어 34.2bp가 하락했고, 2분기로는 29.3bp 내렸다. 올해 전체로는 78bp나 떨어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5bp 밀린 0.590%를 나타냈다. 2년물 수익률은 한 달간 28.5bp나 내려 2010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보였다. 2분기로는 14.3bp 떨어졌고 상반기로는 46.2bp 빠졌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7bp 높아진 2.298%를 보였다. 30년물 수익률은 월간과 분기로 각각 36bp와 32bp 내렸고, 상반기로는 74bp 하락했다.

국채가격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늘렸던 안전자산을 지난 이틀간 덜어내는 과정이 마무리되자 다시 올랐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에 이은 영란은행의 추가 통화완화 필요성 시사가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재료를 다시 끄집어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한 강연에서 BOE 통화정책위원회(MPC)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경제 전망이 악화했고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여름 동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7월 14일 MPC 회의 때 경제적 피해에 관한 평가가 처음으로 진행되고 경제 성장과 물가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나오는 8월에 경제 피해와 관련한 평가가 완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7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추가 통화완화 시기로 8월을 선호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UBS는 영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에서 1.3%와 2.3%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영란은행의 추가 완화 시사로 2년물 영국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인 0.11%로 내렸다.

헨더슨 글로벌인베스터즈의 미툴 파텔 이자율 헤드는 "추가 양적 완화(QE)와 금리 인하 기대의 조합이 영국 국채수익률을 밀어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IMF는 정례 브리핑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 성장에 해를 입힐 것이고 유럽연합(EU)이나 다른 세계 경제에도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IMF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세계 성장을 위협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7월에 세계 경제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장 초 국채 매도가 등장한 것은 분기 말을 맞아 채권을 줄이고 주식을 사려는 연기금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매달 말 새로운 발행물로 헌 보유물을 대체하려는 거래자들의 매수가 등장해 매도세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 지표는 6월 고용과 2분기 성장 호조에 대해 기대를 하게 해줄 정도였지만 브렉시트 재료에 묻혔다.

지난 6월2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 명 늘어난 26만8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 조사치는 26만5천 명이었다.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는 69주 연속 30만 명을 밑돌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간 고용지표는 고용시장의 탄탄함이 지속할 것이라는 증거라며 이 지표와 졸트 구인·구직 지표를 참작할 경우 지난 4~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약했음에도 고용시장이 확장 국면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7월 8일 발표된다.

6월 시카고 지역의 경제 활동이 위축세에서 벗어나며 확장세를 보였다.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에 따르면 6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의 49.3에서 56.8로 7.5포인트 상승했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일본과 유럽에서 통화완화가 지속하면서 채권 수익률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에도 월말 포트폴리오 조정용 거래가 엇갈리다가 반락했다.

이날 한 경제전문 매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현 여건에서 자산매입 정책에 따른 매입할 채권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채권 매입 범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기존 전망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불라드 총재는 런던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의 장기 성장은 불확실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브렉시트 뉴스가 지속되는 한 국채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헤드는 또 "지정학적 위험이 크고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에 있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수요도 미 국채수익률에 뚜껑을 씌워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디스는 10년 만기 미 국채가 몇 달 내에 1.25%로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은행권에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캡에 따르면 이날 은행간 하루짜리 대출에 쓰이는 레포 금리가 이날 개장 초 0.85%에서 1.10%로 급등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말에 기록한 고점인 1.75%보다는 낮지만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은행들이 여유 자금을 단기 자금시장에 내놓지 않으려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됐다.

다른 전략가들은 지난해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이 갑작스럽게 튀어 올랐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쪽으로만 치닫는 미 국채시장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당시 10년 만기 분트 수익률은 거의 제로(0)까지 내린 후에 두 달도 안 돼서 1%로 급등한 바 있다.

이날 오라클은 14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강한 수요 속에서 발행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 국채는 2분기에 가격 상승과 쿠폰 이자를 포함해 2.2%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 수익률은 5.5%에 달한다.

반면 고수익(투기등급) 채권 수익률은 2분기에만 5.2%를, 투자등급 회사채는 3.6%를 올렸다. 지방정부 채권도 2.6%를 기록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