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들이 임원들에게 기존에 자주 쓰던 전무나 상무, 이사 대신 본부장과 지배인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외은지점을 포함한 은행들은 임원 명칭을 부여할 때 금융감독원에서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본부장과 지배인 등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논의를 거쳐 이들 직급이 실제 업무를 반영한다고 판단하고 심사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12일 은행법 시행령 12조에 따르면 은행에서 등기 임원이 아니더라도 명예회장이나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행장,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 이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려면 은행법 18조에 규정된 등기 임원과 같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은행법 18조에는 은행의 임원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은행의 공익성과 건전경영,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같은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는 금감원이 심사를 통해 판단한다. 이는 지난해 말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된 결과다. 이제까지는 등기 임원이 아니면 임원 명칭을 사용하는 데 장애가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금감원 심사라는 관문을 넘게 된 셈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임원 명칭을 부여할 때 심사를 거치도록 한 것은 외은지점들이 임원 명칭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직급이 실제 업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대상 직급을 구체화하면서 은행법 시행령 12조에 규정된 직급 외에도 대표나 부대표, 부문 대표, 최고책임자, 지점장 등에 대해서도 심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다른 직급과 달리 부지점장과 본부장, 지배인 등은 제외했다. 이들 직급이 실제 업무를 반영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외은지점들은 기존에 자주 쓰던 전무나 상무, 이사 대신 본부장이나 지배인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외은지점들은 직급 체계 개편을 위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은지점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전무나 상무, 이사 명칭을 써서 금감원 심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본부장이나 지배인 명칭을 사용하려는 외은지점들이 많다"며 "전무와 상무, 이사들이 사라지고 본부장이나 지배인들이 그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외은지점의 직급 '인플레이션'을 없애겠다는 금감원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외은지점들도 직급을 바꾸는 비용만 소모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같은 분석에 대해 "전무나 상무, 이사와 달리 부지점장이나 본부장, 지배인 등은 실제 업무와 연관이 있는 데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등기 임원과 같은 직급은 아니라고 본다"며 "부지점장이나 본부장, 지배인이 많아져도 직급 인플레이션을 없앤다는 금감원의 당초 취지에는 부합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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