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신용등급 'A+'인 우리F&I와 KT렌탈이 최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가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가 펀더멘털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지나치게 낮아 기관투자가가 '보이콧'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금융시장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우리F&I와 KT렌탈은 이달 15일 각각 1천800억원과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F&I는 부실채권(NPL) 투자를 위해 1년6개월물로 1천100억원, 2년물로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KT렌탈은 은행 차입금 상환과 차량구매,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3년물과 5년물과 1천억원씩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은 '대실패'로 끝났다.

우리F&I는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금융투자협회 프리본드시스템을 통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참여한 기관은 전무했다.

다음 날 수요예측을 실시한 KT렌탈도 흥행참패의 결과를 받았다.

3년물에 3개 기관에서 400억원 규모로 참여했지만 모두 희망 금리밴드를 벗어나 미달로 처리됐다.

5년물의 경우는 5개 기관에서 9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지만 희망 금리밴드에 포함된 것은 고작 100억원(1건)에 불과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예견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한 희망 금리밴드가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F&I가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는 1년6개월물이 3.50∼3.54%, 2년물이 3.54∼3.59%였다. 최종 금리는 밴드 상단인 3.54%와 3.59%로 결정됐다.

수요예측 전일 기준 동일 등급, 만기의 회사채 민평금리에 비해 10bp 가까이 낮았다. 우리F&I의 개별 민평금리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주관사 계약 체결 이후 시중금리가 내려 민평금리와의 폭이 다소 줄었다.

주관사 선정시 우리F&I가 제시한 금리 수준은 1년6개월물이 기업어음(CP) 3개월물 보다 낮았었다.

KT렌탈도 우리F&I와 크게 다르지 않다.

KT렌탈은 3년물은 국고3년+(30∼44bp), 5년물은 국고5년+(37∼56bp)의 희망 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수요예측에서는 밴드 상단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됐는데, 3년물의 경우 동일 등급, 만기의 민평금리에 비해 20bp, 5년물은 40bp 이상 낮았다.

한 회사채 투자자는 "우리F&I와 KT렌탈이 제시했던 금리는 수요예측 시행 이후 기업들이 제시한 금리 가운데 가장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면서 "수요예측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업종 특성상 동일 등급물에 비해 금리가 높게 발행됐었는데 이번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며 "수요예측에 실패할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F&I와 KT렌탈의 대규모 미달사태로 발생한 '미매각' 물량은 고스란히 인수단이 떠안게 됐다.

청약일에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가를 상대로 추가 청약을 받을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의 청약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F&I는 KB투자증권이, KT렌탈은 우리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KT렌탈의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주관사를 담당한 3개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제도 개선안이 시행된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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