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많은 투자자가 이 지역을 외면하고 있지만 과감하게 유로존 채권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그리스의 2차 총선이 다가오고 스페인의 구제금융 약발이 시들해진 지금을 유로존에 투자할 적기로 보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미국과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대다수 투자자와는 다른 '역발상'을 가진 투자자들인 셈이다.

펀드정보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채권펀드들은 지난 6일까지 3주 동안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7천만달러(약 820억원)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보다 더 과감한 일부 투자자들은 유로존에서 회사채를 사들였다.

유로존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유럽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미국 기업들보다 금리 매력이 높아서다.

210억달러(약 24조6천억원)를 운용하는 루미스 세일리스 채권펀드의 캐슬린 개프니 공동 매니저도 여기에 속하는 투자자로, 그는 최근 수백만달러어치의 스페인 회사채를 샀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금리가 7.3%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그는 "유로존 위기기 해결되기까지 기다린다면 투자 기회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쏜버그 스트래티직 인컴펀드(자산 4억8천만500만달러)를 운용하는 조지 스트릭랜드 공동 매니저는 최근 스페인의 유선방송업체 오노(Ono)가 발행한 6년 만기 회사채를 12%의 금리에 사들였다.

정크등급인 미국의 케이블비전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 6.5%의 두 배에 가깝다.

개프니 매지너 역시 미국 통신업체 AT&T와 등급이 비슷한 스페인 통신업체의 회사채를 AT&T보다 4% 이상 높은 금리에 매입했다.

그는 "스페인 경제가 침체를 겪긴 하겠지만, 스페인 국민은 TV와 전화는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WSJ는 이처럼 역발상 투자자들은 유로존에서 공공재 사업을 하는 기업 또는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방송, 통신업체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투자 자문을 하는 크리스토퍼 반 슬리크는 "투자자들이 채권펀드를 통해 유로존의 우량 채권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저널은 유로존에 대한 투자를 지지하는 근거가 있다면서, 바클레이즈의 유로존 채권종합지수는 지난해 말 저점을 기록한 이래 8.4% 상승했다고 전했다.

안전피난처(safe guard)로 꼽히는 독일 국채(분트)에 반대 베팅을 하는 투자자도 있다.

윌리엄 블레어 매크로 얼로케이션 펀드(자산 1천120만달러)를 운용하는 브라이언 싱어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이유로 분트를 팔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 2차 총선이 유로존의 지도자들이 과감한 행동에 나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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