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거래소가 신규 시장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경수 이사장의 임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임 시도를 위해 거래소가 시스템 개발 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거래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6일 창업·중소기업 지분이 거래되는 전용 장외시장인 스타트업 마켓(KSM, KRX Startup Market)을 개설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용역을 긴급 공고로 업계에 요청했다.

일반 공고는 공고 이후 40일 이후 입찰 신청을 마감(공고 기간 40일)하지만, 긴급 공고의 경우 공고 기간이 10일로 대폭 축소된다.

'한국거래소 계약규정' 제49조 및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이번 신규 시장 시스템 개발 용역은 40일 공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거래소 측은 시장 개설 일정에 따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긴급 공고를 내렸다.

거래소 내부 계약규정 등에 따르면 10일 공고를 내리는 것은 긴급한 상황이거나 전체 예산 추정가격(부가세 제외)이 2억원 미만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번 사업은 예산이 4억5천만원(부가세 포함)으로 추정되는 데다 신규 시장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긴급'한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거래소가 신규 시스템 개발을 위해 긴급 용역을 발주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가장 최근에 긴급 공고를 내린 것은 지난 1월 글로벌(CME) 야간시장의 노후화 장비를 신규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사옥 구내식당 전기공사를 위해 긴급 공고로 시공자를 모집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거래소 청산결제시스템 노후기기 교체를 위해 긴급 공고를 했다.

기존 시스템이 노후화돼 서비스 공백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긴급 용역 공고가 발주됐던 셈이다.

이번과 같이 신규 시장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긴급하게 개발업체를 모집하는 것은 자칫 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초 장내시장 국채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는 초유의 시스템 사고가 터졌는데, 당시 거래소 신규 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의 무리한 개발 때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신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거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긴급 용역을 발주한 내용은 KSM시장 전반의 '포털 시스템' 개발과 개인인증 및 문서부인방지 등을 위한 '블록체인 관련 솔루션' 등이 포함된다. 정부의 스타트업기업 육성 방침 속에 KSM을 통한 상장사다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거래소의 구상이다. KSM 개설 목표 시기는 오는 9월이다.

최경수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9월말까지로, 통상 거래소 이사장은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 등으로 임기 만료 이후 한 두 달간 업무를 지속한다. 최 이사장의 경우 지주사 전환 등을 위해 1년 연임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거래소 내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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