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대형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가 저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처의 금융주선이 원인으로 지목돼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이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신흥시장의 경우 발주처의 금융조달 지연으로 인한 미착공 현장이 존재한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유가 하락 등 시장환경 변화로 신흥시장의 투자환경이 위축될 경우 미착공 지속 또는 수주잔고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말 현대건설이 수주한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 액화 정제 공사는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발주처가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수주 당시 배럴당 107.88달러에 달하던 두바이 현물 가격은 이날 현재 41.97달러로 종전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 추이,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6900)>



베네수엘라에서도 유가폭락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는 저유가 여파에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베네수엘라 PLC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발주처 금융조달 지연에 발을 구르고 있다.

이라크 등에서 커지는 지정학적 위험도 프로젝트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국내 기업 20여 곳이 242억 달러 규모 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나, 이라크 반군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작년 7월 말 현장 인력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중순 증권신고서에서 "(이라크 사례와 같이) 해외수주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예상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투자자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일부 프로젝트는 중국계 금융기관이 금융 지원하는 조건이었으나 최근 위험이 커지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정책금융기관이 해외프로젝트 지원에 나서도록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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