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은 많은 벤처 사업가들에게 고개 숙여 마땅하다. 돈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식 경영으로 벤처 사업가들에 열패감과 좌절감만 안겨줬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석연찮은 이유로 진경준 검사장에게 무려 126억원에 상당하는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회장은 올해 포브스지 기준으로 본인 재산만 23억 달러, 우리 돈 2조6천억 원에 달하는 세계 부자 771위, 국내 부자 6위에 올라 있다. 1994년 넥슨을 설립한 뒤 세계 최초 그래픽기반 다중접속역할게임 '바람의 나라'로 이른바 대박을 치며 일군 재산이다. 후속작인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한국을 게임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게임산업을 주도하며 창조경제의 주역 가운데 한명이었던 김회장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특히 범죄인들 뺨치는 돈세탁 수법을 동원한 김회장의 모습에서 더 이상 창조경제의 주역으로서 품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회장이 진검사장에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알려진 행태는 미국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너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부자 가운데 한 명인 버핏은 자서전격인 '스노볼(the snowball)'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한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천문학적인 재산이 '정자로또'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버핏은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진 덕분에 어려서부터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정자로또'라는 말에도 버핏 특유의 수학적 분석이 반영돼 있다.

우선 그는 3억개의 정자 가운데 하나로 선택됐고 3억명의 미국인 가운데 주식브로커 출신인 상원의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행운을 누렸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뛰어났더라도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이 아니라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의 부를 축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자로또로 부자가 될 확률은 3억×3억×150 가량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확률 8,145,060의 1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버핏의 분석을 인용한다면 김회장은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 태어난 정자로또에 해당한다. 원거리에 있는 참가자들이 동시 접속으로 게임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다중접속역할게임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자랑하는 한국이 아니었다면 개발에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회장은 뇌물공여 이외에 또 다른 송사에도 휘말렸다. 투기자본감시센터라는 시민단체로부터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는 등 2조8천301억원 규모의 배임·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주식인수대금까지 공짜로 빌려 로또성 뇌물을 챙긴 진검사장은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배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김회장도 뇌물을 공여한 혐의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혐의가 인정되면 모두 장기간의 실형을 피히기 어려운 중대 범죄행위다.

여태까지 보여준 김회장과 진검사장의 행태가 사실이라면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일을 일삼는 사람이라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양아치'라고 한다. 버핏은 현인이 되는 데 김회장은 왜 이런 지경까지 떨어졌을까. 김회장 같은 인물이 창조경제의 견인차라니 한국의 미래가 참 걱정스럽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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