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의 부양책이 빠르면 이번 주 윤곽을 드러낸다. 집권 자민당이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이른바 '아베노믹스 시즌2'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시점에서다. 대략 20조엔(214조원)에서 최대 30조엔까지 예상되는 일본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되고, 아베의 전매특허인 엔저 환율정책까지 가세할 경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만만치 않은 파급효과를 줄 것이다.

특히 엔저의 실질적인 키를 쥔 일본은행(BOJ)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 예정인 BOJ는 요즘 '헬리콥터 머니' 논란에 휩싸여 있다. 헬리콥터 머니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무차별적인 돈 풀기 정책으로 불리는 헬리콥터 머니를 일본은행이 실행에 옮긴다면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줄 것이다. 100엔 붕괴 위기에 몰렸던 달러-엔은 다시 고공행진으로 돌아선다.

일본은 최근 이와 관련한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은행(BOJ)에 들른 것을 일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이 석 달 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아베 총리의 경제 교사인 혼다 에츠로를 만났을 때 영구채 발행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정부가 만기가 없는 영구채를 발행하면 이를 일본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 것을 버냉키 의장이 얘기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론은 실제로 시행되기엔 부담스럽다는 전망이 더 많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달 녹음한 BBC 라디오4 프로그램에서 "헬리콥터 머니는 필요도 없고, 단행될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버냉키를 얼굴마담 삼아 애드벌룬을 띄웠으나 예상외로 반응이 신통치 않자 일본 정책당국의 입장이 급선회한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의 엔저 환율정책을 견제하는 미국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등 주요 회의에서 일본 측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하지말 것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여기엔 외환시장 개입은 물론 돈 풀기 정책도 포함된다. 그동안 엔저를 사실상 묵인했던 미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이 헬리콥터 머니 같은 초강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래서 환율에 영향을 주는 통화완화 정책보다 정부의 지출 규모를 키우는 재정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한다. 아베노믹스 시즌 2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엔화 가치도 현재 수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환율 경쟁력 측면에서 압박을 받는 우리 경제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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