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명랑', '국제시장', '베테랑', '수상한 그녀', '관상', '검사외전', '히말라야', '연평해전', '군도', '역린'…. 그간 IBK기업은행이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 10편의 관객수만 합산하면 1억명. 1천700만명의 관객동원에 성공한 '명랑'을 비롯해 '국제시장'과 '베테랑'까지 연이어 투자한 기업은행은 역대 흥행순위 1~3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 영화에 모두 투자한 유일한 은행이다.

기업은행의 거침없는 영화 투자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취임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이미 영화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사업에 대출 또는 투자한 금액만 2천269억원에 이른다.

권선주 행장 취임 직후 기업은행은 정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에 부응해 영화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대출을 단행했다.

사업 특성상 대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시중은행들은 꺼리던 일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 민간이 꺼리는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매년 2천500억원씩 3년간 총 7천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금까지 집행한 자금 규모를 보면 이미 계획을 넘어섰다. 2014년에 3천312억원을 문화콘텐츠 사업에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4천3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올해 상반기에 2천269억원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2년 반새 9천584억원을 지원한 셈이다.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영화 '베테랑'은 244%의 수익률을 기업은행에 안겨줬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금융권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영화 '수상한그녀'도 230%의 수익률을 냈고, '관상'과 '명량'의 수익률은 각각 140%와 118%였다. '국제시장'과 '연평해전'은 90% 안팎의 수익율을 기록했다. 수익률 상위 5편의 영화 성과만 단순 평균해도 165%가 넘는 수익률을 낸 셈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드라마 '옥중화'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도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달의연인-보보경심려' 등에도 투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3년 7월 국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었다.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의 시나리오를 직접 읽어보고 누가 출연하는지까지 꼼꼼히 점검하고서 최종적인 투자를 결정한다.

70개 영업점을 문화콘텐츠 거점지점으로 지정해 콘텐츠 전담 실무자를 배치해 현장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밀착형 투자가 진행되도록 지원하고도 있다.

과감한 투자에 따른 '대박' 수익률이 거저 나온 것은 아니다. 고위험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모두 점검하고, 이후 상황까지 관리해 온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돼 전략적 출자자가 아닌 제1금융권의 지원은 미약했던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금융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국내 최적화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문화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지원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경쟁력 갖춘 문화콘텐츠가 나오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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