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을 시작으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의 3대 메이저 은행들이 잇따라 도입한 재택근무 제도가 국내 은행들에도 파급될 지 주목된다.

특히 신한은행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다른 시중은행으로도 확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26일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자율퇴근제를 골자로 한 '스마트근무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국내 은행 중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다만, 신한은행의 재택근무제는 대상이 한정돼 있다. 기획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상품과 디자인 개발 등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이 대상이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1만8천명의 직원을 상대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키로 한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은행은 영업과 인수ㆍ합병(M&A), 외환 등의 직원들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라는 근무형태를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일본 은행들은 저금리 지속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경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 숙제에 맞닥뜨린데다,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재택근무제 도입은 현재로선 직원 복지 차원의 이유가 크다.

그럼에도 매우 보수적인 업종인 금융권, 그중에서도 은행권에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키로 한 점은 이례적이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 중 재택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은행들은 인프라 구축과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따른 인사평가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재택근무제 안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택근무는 기본적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인 전산과 보안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서울 강남과 용인 죽전, 서울역에 스마트워킹센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본점과 영업점 직원 중 단독 업무수행이 가능한 일부에 불과하단 한계를 가졌다. 은행 전산망을 활용하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직원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도 민감한 문제로 지적됐다. 성과연봉제의 핵심은 직원 개인에 대한 평가 기준.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원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현재까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특히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가 크지 않은 한국적인 풍토도 재택근무를 받아들이기엔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수익성 악화를 맞딱드린 일본이 광범위하게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은행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당장 현실화하긴 쉽지 않다"며 "대상을 넓히지 않으면 직종 간 직원들의 갈등도 커질수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국내 은행이 시행중인 유연근무제는 직원이 아닌 고객을 위한 고객만족(CS) 차원의 근무시간 이동제에 불과하다"며 "행원 대다수를 포함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려면 업권의 풍토와 은행 조직간 문화, 성과연봉제 등 제도적 빈틈 등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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