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장기 국채가격은 장기물을 사고 단기물을 파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 거래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3/32포인트 올랐고, 수익률은 전일보다 1bp 내린 연 1.561%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9bp 상승한 0.762%를 나타냈다. 이는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 최고치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3bp 낮은 2.278%를 보였다.

국채가격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1일 차가 시작된 가운데 주택시장 등 미 경제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FOMC 성명에서 앞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것이라는 경계와 오후의 국채입찰 부담으로 하락 출발했다.

FOMC는 2일 차인 27일 오후 2시에 성명을 내놓는다.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다.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전무는 "모두가 연준은 비둘기파일 것이고, 대선 때문에 손을 놓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이 매파로 변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고, 이는 갑작스러운 매도세를 촉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9월 26bp 인상 가능성을 전일의 19%에서 이날 21%로 높였다. 반면 12월은 43%에서 40%로 낮췄다.

간밤 국채가는 28~29일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통화완화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우려로 닛케이지수와 달러 등 위험자산 하락 덕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재정지출 총액을 6조엔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20조엔 수준이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엔화가 달러에 2주 내 최고치로 오르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전 수준이 됐다"며 "이는 정부의 추경 규모가 경기 부양책 중독자들의 기대만큼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주택시장 지표 등은 일제히 호조를 보였다.

지난 5월 전미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주택시장이 여전히 강한 봄철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에 따르면 5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5% 상승했고 전월 대비 1.2% 올랐다.

지난 6월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도 낮은 모기지금리 등에 힘입어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호조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6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3.5% 늘어난 59만2천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56만2천채를 상회한 것이며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소비 지표는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자들이 신중해진 모습을 확인했다.

7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안정세를 보여 경제 성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퍼런스보드는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수정치 97.4보다 약간 하락한 97.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95.5를 웃돈 것이다.

7월 미국의 서비스업(비제조업) 활동은 경기 둔화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과 고용 증가에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의 51.4에서 50.9로 하락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52.0을 하회한 것이며 지난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전일 2년물에 이어 이날 5년물 입찰에서도 약한 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낙폭을 확대했다가 저가매수세가 등장하자 장기물은 반등하고, 단기물은 낙폭을 유지하는 혼조를 보였다.

미국 재무부는 340억달러 어치의 5년만기 국채를 연 1.180%에 발행했다. 이는 입찰 직전 시장에서 거래된 5년만기 국채수익률 1.164%보다 높은 수준이다.

입찰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27배로 최근 평균인 2.44배를 하회했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53.6%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7%로 지난 4차례 평균인 7.3%를 하회했다.

입찰 후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과 거의 같은 1.576%를 기록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미 지표 호조로 연준이 이번 FOMC 성명에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언급할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면서 전날의 입찰과 마찬가지로 수요가 강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날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장기물 매수세의 등장은 미 국채 10년과 2년물 수익률간 격차를 0.8%포인트로 전일의 0.84%에서 더 좁혀지게 했다. 이 여파로 수익률 곡선이 더 누웠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통상 시장이 앞으로 경기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경고지만 최근 2년간은 높은 수익률 사냥에 나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다 경기와 물가에 관한 신호가 뒤틀린 탓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전략가들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 데다 지난번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RBS증권의 존 브릭스 헤드는 "연준이 지난 5월과 6월 사이에 있었던 '말과 행동이 갑자기 달라졌던 일'을 반복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7월 FOMC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면 시장을 안내하는 능력을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버딘자산관리회사의 루크 바르톨로뮤는 "사실상 이번 주 연준의 금리 인상 기회는 없다"며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등의 위험요인을 지켜봐야 해서 올해 두 번의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물가 기대가 여전히 낮은 것도 연준이 매파로 돌변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국채와 동일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간 스프레드인 BEA(break-even rate)이 1.48%로 하락했다. 이는 앞으로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평균 1.48%라는 의미다. 올해 최저치는 1.20%이며 최고치는 지난 4월의 1.7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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