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9일 시장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할 만큼의 강한 통화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우존스는 28일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BOJ가 이번 주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시장에 존재한다며 이는 BOJ가 가진 선택지가 많지 않은 데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일본 경제에 통화정책 처방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 225 지수는 지난 10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개헌 세력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9.1%나 올랐다. 엔화는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해 4% 약해졌다.

두 시장 가격의 변동은 아베 정부와 BOJ가 공조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커진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아베 정부와 BOJ의 추가 행보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T&D자산관리회사의 유이치 온센 세계 채권 매니저는 "BOJ가 원해도 살만한 일본 국채가 시장에 없어서 통화정책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BOJ는 현재 1년에 80조엔(7천600억달러)의 국채를 매수하고 있다.

BOJ가 또 올해 초에 도입한 마이너스(-) 정책금리는 시중금리를 더 낮추지 못해서 시중은행에 인기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

온센 매니저는 "BOJ의 정책이 실망으로 끝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설 강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안정된 데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 못 하고 있지만 이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했던 연초에도 그랬다.

다이이치생명의 야스유키 와타나베 투자 계획 담당 매니저는 "세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됐을 때 중앙은행이 남아있는 선택지를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이이치생명은 이번 주 대규모 추가 통화완화를 예상하지 않는다.

반면 BOJ가 정치적 압력으로 추가 통화완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스미모토미쓰이자산관리회사의 준 후카시로 채권투자 헤드는 "경기 부양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BOJ를 뭐라고 하게 만들 것"이라며 "나는 BOJ가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후카시로 헤드는 구로다 BOJ 총재가 2014년 10월에 국채 매입 한도를 30조엔 늘렸던 것과 같은 대규모 조치가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BOJ는 아베 정책과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BOJ가 만일 행동에 나선다면 다음 주 아베 총리가 내놓을 정부의 경기 부양 계획과 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수년간 직접 지출과 정부 대출, 민관합작 조달 등을 포함해 28조엔에 달하는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센 매니저는 이런 부양조치들이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의 장기 성장 둔화를 극복할 정도가 될지 의문을 보였다. 그는 "일본은 이전부터 1년에 1조엔이나 2조엔 이상을 썼지만, 그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행 일본 법상으로는 불가능한 '헬리콥터 머니' 같은 급진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시장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후카시로 헤드는 "이러한 급진적 조치는 학교의 경제학자들한테는 가치 있는 주제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실용적이지 않다"며 "이는 당신이 춥다고 느낀다고 당신 집을 태울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