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압축성장에 성공했던 대한민국호가 압축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 중심의 성장을 주도했던 주요 업종들이 속속 경쟁력을 잃고 있어서다. 5대 수출 업종 가운데 하나인 석유화학 부문도 2년뒤부터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린 조선과 해운업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호적인 수급 여건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관련 회사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착시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2년 뒤부터 저렴한 셰일가스로 무장한 미국제품의 약진에 따른 쇼크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석유화학 업종의 대표상품 가운데 하나인 에틸렌은 한 해 평균 5백만톤 가량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의 경우 에틸렌 생산 설비는 1천200만톤 수준으로 대폭 증설됐다. 이후 과잉설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증설이 억제됐고 올해도 550만톤에 그치는 등신규 수요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공급이 억제됐다.

국내 석유화학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에틸렌 수급 호전에 따른 가격 상승 덕분이다.

업계 맏형인 LG화학은 올해 2분기에 기초소재 부문이 5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깜짝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6천158억원으로 2011년 3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최대치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에 이어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1조1천6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오는 12일 실적을 발표하는 한화케미칼도 인포맥스가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20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우호적인 에틸렌 수급 여건 덕에 국내 석유화학 '빅3'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2년뒤부터 상황이 급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셰일가스로 무장한 미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2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에틸렌 생산은 내년에 520만톤, 2018년에는 무려 760만톤이 증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도 540만톤 가량이 증설되면서 에틸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석유화학 업종의 호황은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 전망이다. 올해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이 없었던 미국은 내년에만 167만톤, 2년뒤인 2018년에는 무려 415만톤 가량을 증설하면서 석유화학 업종에서 미국의 귀환을 예고했다. 2019년에도 미국은 3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등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먹거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이 서울 외환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달러박스 역할을 하다가 불과 몇년 사이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전철을 석유화학 업종이 따라갈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도 변신하지 않으면 추운날 개미에 구걸하는 배짱이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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