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고채 주요 구간 금리가 일제히 12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가면서 추가 금리 상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기술적분석 만으로 본격적인 금리 상승 전환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지난 8월 고점인 2.95% 수준의 추가 조정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선 지난 2월과 3월의 금리 급등기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단기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7%에 마감해 120일선인 2.86%를 상향 돌파했다.

장기물 금리는 일찌감치 120일선을 웃돌아 그 격차를 빠른 속도로 벌리고 있다.

같은 날 국고 5년 마감금리는 3.0%, 120일선 금리는 2.95%였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역전되고서 그 스프레드는 5bp로 벌어졌다.

국고 10년과 20년 금리의 120일선과 14일 기준 스프레드는 각각 6bp, 8bp에 달한다.





(그림:국고채 3년물 금리 차트)

채권시장이 국고채 금리의 120일 이동평균선 상향 돌파에 주목하는 것은 120일선이 가진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120일선은 경기 흐름을 반영한다고 해 '경기선'이라고도 불리는 장기 추세선이다. 국고채 주요 구간이 일제히 경기선을 상향 돌파한 것은 그만큼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경기선의 지지력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한 시장 참가자들이 매수 시점을 좀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은행 채권딜러는 "120일선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시장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2.95% 밑에서는 서둘러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이번주 중 국고 3년 상단 예상치로 2.95%를 제시했다. 박혁수 채권연구원은 "시장금리는 당분간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보이겠지만, 경기바닥 인식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서는 금리 하락보다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초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일시적으로 금리가 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0일 이평선을 돌파하고서 한 달여 만에 추가로 20bp 넘게 급등해 채권시장에 큰 혼란을 몰고 왔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딜링 과정에서 기술적 분석은 참고지표 정도로 활용하지만, 변곡점을 가늠하는 데는 유용한 부분이 있다"며 "지난 2월에도 국고채 금리가 120일선을 뚫고 올라가는 시점에 발 빠르게 일부 포지션을 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국고채 금리의 120일선 상향 돌파가 추세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최근의 금리 상승세는 과도하게 쏠린 경기 비관론과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고채 주요 구간이 120일선을 상향 돌파함에 따라 금리상승 추세로의 전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시장에선 아직 금리상승 추세 전환에 대한 반론이 많지만, 우리는 시장 컨센서스와 다르게 채권금리가 이미 저점을 지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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