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는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중앙은행에 국채를 매각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주체인 중앙은행을 정부의 재정 운영에 동원하는 것이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또 정부부채의 화폐화는 본원통화의 증가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부채가 결국 민간 경제주체로 전가되는 셈이 된다.

이런 위험에도 화폐화라고 할만한 조치가 시도되는 것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여력까지 바닥날 경우 기댈 곳은 중앙은행 외에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화폐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일본은행(BOJ)이다.

BOJ는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자산매입 프로그램까지 가동화는 '초완화(utlra-loose)'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BOJ는 지난 4월 자산매입을 위한 특별기금의 규모를 65조엔(약 960조원)에서 70조엔으로 5조엔 증액하는 등 추가 완화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에 대해 지난 5월 "BOJ의 초완화 기조는 사실상의 화폐화"라면서 "BOJ가 어느 정도까지는 화폐화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BOJ는 물론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BOJ 내에서도 일본의 초완화 기조가 화폐화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OJ의 4월 통화정책 회의록에서 "일부 BOJ 위원들이 국채매입 정책이 화폐화로 오해받는 것을 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화폐화 혐의는 BOJ에만 국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완화(QE)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 매도, 장기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시장에서 취약국의 국채를 매입하고 2차례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를 통해 1조185억유로(약 1천500조원)의 유동성을 살포, 유럽 은행들의 유로존 국채 매입을 유도한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를 대표하는 세 경제 권역 모두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 부양 수단은 바닥나, 중앙은행만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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