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중앙은행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중앙은행의 역할은 여기까지..
  • 승인 2016.08.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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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참의원 선거 승리를 계기로 아베노믹스 2탄을 추진하려던 아베 신조 총리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28조엔(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부양책 등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했으나 시장에서 냉랭한 평가를 받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통화정책 당국은 '헬리콥터 머니'를 흘리며 강력한 바주카포를 쏠 것을 시사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총을 쏜 데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채매입 확대와 자산매입 대상 확대,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등 이용 가능한 수단이 많았으나 웬일인지 일본은행은 이 같은 대책을 전혀 동원하지 않았다.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경기부양책이 나오기 1주일 전 상하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 정책 수장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재정을 이용한 부양책을 쓰자고 중지를 모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BOJ가 바주카포를 쏘게 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판적인 시선도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에게 경쟁적 환율절하를 피하자는 G20 합의를 이행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루 장관은 그 전 국제회의에서도 아소 재무상에게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일본을 올리는 등 지속적으로 일본 정책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을 거든다. IMF는 최근 일본은행의 대규모 완화정책은 위험하다며 아베노믹스의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큰 틀에서 보면 일본이 이번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야말로글로벌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역할이 이제 끝물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사실 중앙은행의 돈 풀기는 경제위기 등 비상시에나 쓸 수 있는 대책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예기치 않은 거품을 형성하는 등 심각한 파장을 줄 수 있어서다. 이 관점에서보면 현재 일본이 돈풀기를 몇년째 계속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상태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계속되는 돈 풀기에도 불구, 경기회복은 커녕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악순환만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양적완화의 실효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을 활용 가능한 부양책으로 거론했다가 황급히 거둬들인 것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가 하루 만에 삭제했다. 상하이 G20 회의에서 합의한 성명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G20에서 정리한 입장처럼 이제 각국이 중앙은행에 손 벌리지 말고 재정을 활용해 쓸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을 경기부양에 동원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시장에 부작용을 더욱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형성된 대규모 거품이다. 중앙은행이 풀었던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미국이 각국 중앙은행에 역할 축소를 요구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격한 양적 완화를 집행했던 미국은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서자 돈풀기 정책에서 발을 뺐다. 그러면서 '미국 따라하기'를 하며 돈을 푸는 각국 중앙은행엔 그러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각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돈 풀기는 이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브렉시트와 그렉시트 등 잠재적인 위기에 노출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의 경우 '비상시'라는 단서가 붙을 경우 중앙은행의 역할이 당분간 유효할 수 있다. 최근 금리 인하와 국채매입 확대 등 강력한 부양책을 도입한 영국이 그 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의 경우 중앙은행의 힘을 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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