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이윤구 기자 = 기업은행이 공공성만 내세우다 보니 주주 가치 제고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3일 공시에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2천억원)와 저당권 설정비 은행 부담, 수수료 인하 및 감면, 중소기업 무료컨설팅 등이 올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그간 친서민 정책의 하나로 금융권에 요구해 온 것들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주주의 이익보다는 공기업의 공공성만 강조하면서 정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 차원에서 금융권에 수수료 인하, 대출금리 인하 등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순익이 감소 속도가 시중은행들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토러스투자증권은 기업은행이 순익 감소 전망을 한 것은 은행장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순이익을 대폭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분석하면서 목표주가를 1만6천700원에서 1만3천500원으로 20% 가까이 내렸다.

주주 가치보다는 국책은행으로서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주가는 디스카운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기업은행이 올해 대출성장세가 시중은행 평균인 4.6%를 웃도는 8.0%가 예상되나 정부 순응적 태도에 따른 대출 금리 인하와 기타 수수료 규제로 내년 이익 전망치를 8.2%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은행 주가 흐름(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 화면번호:5000)>



기업은행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 최초로 연체대출 최고금리를 5%포인트 인하와 수수료 감면 조치, 중소기업 보증부 대출금리 인하, 중소기업 무료 컨설팅 등을 본격화하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기업은행 주가는 지난해 7월22일(1만8천750원) 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단식 하락세를 거치며 최근 1만2천원선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순익 급감 리스크를 오롯이 반영한 것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순익 감소 전망은 공공성을 강조하며 정책에 맞춰서 간다는 의미인데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주가에 부정적 요인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주가는 이러한 부분이 반영돼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주가 수준을 이익에 맞춰서 조정해야 되겠지만, 밸류에이션 평가는 어떻게 될지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은행이 4천억원 순익 감소 전망을 한 것은 투자자 심리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좋지 않다"며 "은행의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성 훼손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실상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공공성의 강조지만 금리 인하를 통해서 일반과 중소기업 고객 수가 늘어나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행이 정부 정책에 따라 친서민 행보를 이어간다면 오히려 예치금이나 예금 등이 많아지면서 고객기반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룰 수도 있다"며 "조준희 행장이 내부 출신이면서 임기 초반으로 지금은 수확보다는 씨를 뿌리는 단계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어렵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2년 3개월 동안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대출 19조원 중 17조원을 홀로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17조원 대출이 주주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당시 대출은 결국 이익으로 돌아왔다"며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은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대출을 저금리에 많은 사람에게 해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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