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과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내정자는 `평행이론'이라 할만큼 이력이 닮아있다.

박종수 회장은 지난 1970년 한국 외환은행에 입행한 뒤 1988년 한외종합금융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헝가리대우은행과 대우증권, 대우선물을 거쳐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김 내정자 역시 지난 1983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대우투자자문, 헝가리대우은행, 대우증권을 거쳐 메리츠종합금융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들은 은행에서 출발해 증권, 선물, 투자자문 등 금융투자업계를 두루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가장 닮은 부분은 '대우'라는 한지붕 아래서 헝가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박 회장과 김 내정자 이력의 중심에는 동유럽의 경제 개혁국 헝가리가 있다. 헝가리는 1987년부터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해 본격적인 금융 개혁을 단행한 첫번째 동유럽 국가다.

박 회장은 지난 1990년부터 헝가리대우은행장으로 헝가리와 인연을 맺었다. 같은해 김 내정자 역시 헝가리대우은행 기획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헝가리로 떠났다.

당시 헝가리는 국내 금융사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KDB헝가리 은행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산업은행이 대우그룹에서 인수한 동유럽 거점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국내 금융사가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칭찬받는 일이었지만 헝가리로의 진출은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며 "현재도 헝가리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산업은행과 한화증권 정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과 김 사장의 헝가리 경력은 아시아 금융 허브국을 꿈꾸는 우리나라 금융사에 꼭 필요한 경험"이라며 "금융 불모지에 선진 금융을 전하며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있어 많은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겠냐"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증권사 수장에 국제통인 인물들이 등용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 그리고 증권 유관기관에 글로벌 감각을 익힌 인재들이 등용되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향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종수 회장과 김기범 내정자는 업계 동반자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나란히 다시 서게됐다.

개혁을 꿈꾸며 헝가리 시절 함께 일하던 그 순간이 스쳐 지나갈 법 하다.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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