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단기금융시장 상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기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시장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17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RP시장내 익일물 편중 현상이 과도하고 감독당국과 시장 참여자의 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단기자금시장의 쏠림에서 촉발된 측면이 있다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2008년 초 보유하고 있는 주택저당증권(MBS)을 활용해 RP로 자금을 조달하던 펠레튼 파튼너스 등의 금융회사들은 시장 불안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마진콜에 직면했다.

이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을 시장에서 급매했고, 다른 증권의 담보가치도 연쇄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여타 RP 매도자들은 마진콜에 따른 추가담보 납입을 위해 유동성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고 결국 베어스턴스의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익일물 RP 비중이 70~80%에 달했고 이러한 과도한 단기차입 행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라며 "감독당국 또한 당시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어 정책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단기금융시장 상황이 당시 미국과 유사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시장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일물 RP거래 활성화 방안이다.

기일물 거래와 관련한 제약요인을 해소하고 거래 확대를 위해 증권금융 등의 시장조성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일물 RP거래의 가장 큰 장애요소로 지목됐던 담보채권 대체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의 시스템도 개선할 예정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RP거래 관련 수수료율 체계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정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의 규율체계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거래정보가 공시·보고되는 통일된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익일물 차입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도 이뤄진다.

정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에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우리 증권사들이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금운용 과정에서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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