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추진력이 강한 '용장(勇將)'으로 분류된다.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 시절 신 내정자는 과감한 개혁으로 전임자들의 전철에서 벗어났다.

이에 금융지주로 새출발해 시장점유율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 절실한 농협금융에 꼭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현 정부 금융권 실세들과도 탄탄한 교분을 유지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신충식 전 회장과 달리 대 정부 관계에서 농협금융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인 셈이다.

농협금융은 2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신 내정자는 취임 일성으로 "농협 지점이 전국에 퍼져 있어 소매금융 네트워크는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강점이 있지만 리스크 관리와 생산성, 전산분야에서 취약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농협금융은 중앙회 시절인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외화증권에 투자해 6억1천580만달러(약 7천4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생산성과 수익성 역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 규모는 1억1천900만원으로 국민은행(2억2천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예수금과 대출금 역시 각각 103억원과 95억원으로 국민은행의 125억원과 115억원을 크게 밑돈다.

전산은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사고를 낸 후 4차례나 더 문제를 일으켰다.

신 내정자의 '메스'는 따라서 이들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로 출범한 직후라 외연 확대와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며 "지금은 농협금융에 덕장(德將)보다 용장이 필요하며 신 내정자의 추진력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높이 샀다"고 말했다.

신 내정자는 실제로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 시절 과감한 개혁으로 기관의 체질을 바꾸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임한 2003~2006년 신 내정자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조직을 다시 확장했다. 당시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들이 독점하던 무역금융 시장에 수출입은행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출입은행이 무역금융에 발을 담근 이후 외은들이 올려놓았던 무역금융 수수료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은행연합회장으로 일하던 2008년에는 자통법 시행에 발맞춰 은행들이 증권사와 경쟁하게 된 데 따라 은행 개점시각을 9시 반에서 9시로 앞당겼다. 금융노조가 "퇴근 시간도 앞당겨야 한다"며 반발했지만 신 내정자는 개점시각을 앞당긴 것은 물론, 은행권 임금 동결도 밀어붙였다. 금융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였다.

신 내정자는 농협 내부 출신인 신충식 전 회장의 약점으로 지적된 정부와 금융권 네트워크도 잘 갖추고 있다. 농협금융이 대 정부 관계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 내정자는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의 추천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에서 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강 회장은 경제 1분과 간사였다. 두 사람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는 대학 동기로 막역한 관계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주미 대사관 재경참사관으로 지낼 때 교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워싱턴 라인'인 셈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한국을 떠나 미국 워싱턴의 조지 워싱턴대 객원교수로 재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공공성이 강한 데다, 정부 출자로 설립된만큼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할 일이 많다"며 "신 내정자처럼 관가 네트워크가 강한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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