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수요라운지> JP모건 재앙서 본 `규제의 기술"
<김경훈의 수요라운지> JP모건 재앙서 본 `규제의 기술"
  • 승인 2012.06.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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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도 우량 금융기관의 대명사 역할을 해왔던 JP모건이 20억달러에 달하는 거래손실을 공시했다.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몬은 의회 청문회에 출두해 회사의 위험관리 실패와 투기적 거래를 금지하는 `볼커룰' 위반 혐의에 대해 증언했다.

보기 드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시장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회자되는 시나리오는 금융위기 후 안전성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JP모건에 예금이 몰렸고, 이를 대출로 모두 소화하지 못하자 낮은 금리의 국채가 아닌 고금리 회사채에 잔여 자금을 투자했으며, 파생상품을 이용해 신용위험 및 투자위험을 헤지 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현행 회계규정상 채권 투자는 시가평가를 받지 않지만 파생상품은 시가평가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손익에 따라 회사손익의 변동성이 커지자 재차 이를 줄이려고 파생상품 거래를 실행했고, 이번엔 파생상품 간의 상관관계 위험(Correlation risk)에 노출되자 다시 이의 회피를 위한 파생거래를 실행하면서 투자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거래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JP모건의 부서는 `런던 고래(London Whale)' 또는 `볼드모트(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등으로 불리며 대규모 거래로 시장을 왜곡한 주역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애초 20억달러로 알려졌던 손실규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5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란 루머가 돌고 있으며, 그 사이 JP모건의 주가는 3월말 주당 46달러에서 6월초 31달러까지 32% 하락했다.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회사의 평판이 급전직하하고, 금융위기 후 상업은행의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룰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규제위반의 의혹까지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회계규정에 따른 손실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거래가 경제적 손실 및 규제위반으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JP모건의 거래가 과연 투기적 거래가 아닌 헤지 거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투기적 거래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이 시나리오가 정확하다는 가정하에 현재 상황을 보면 관련 인사들이 모두 억울하기만 한 상황이다. 회계규정을 지키고 손익변동성을 줄여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엄청난 손실과 망가진 평판으로 돌아온 셈이기 때문이다.

왜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대출을 통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고 채권에 투자했냐는 비난에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민간부문의 대출수요가 크지 않았으며 회사채 투자를 통해 기업에 대출한 것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투기거래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논란만 있을 뿐 결론은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투기거래와 헤지거래는 무 자르듯 확연하게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첨단 금융시대에서 `규제의 효용성'이란 화두이다. 과연 규제가 시장의 발전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또 규제가 과연 시장 안정성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국내에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키코(KIKO) 등 파생상품 때문에 큰 피해와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이후 불완전 판매 방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파생상품에 대한 경각심도 제고되었다.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제적으로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것이 규제의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규제도 타이밍을 놓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던 보이스 피싱이 신종수법에 대한 홍보가 강화되며 주춤하는 것과 유사한 이유다.

규제당국이 민간부문보다 한 걸음 앞서 발전하는 첨단 금융의 부작용에 대처하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산업증권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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