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가 흐름이 무겁기로 유명한 삼성생명이 지난달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서울 증권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면서 보험사의 부채 시가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논쟁도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천문학적인 자본금을 추가부담해야할 상장 생보사의 적정 주가에 대한 이른바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 부족한 탓이다.

오는 2020년 국내 보험사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적용받는다. 보험사의 부채를 장부가에서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연구원은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생보사가 마련해야 할 준비금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생보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3조6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대재앙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자본 투입으로 해당 요건을 모두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생보사들이 고금리에 팔아놓은 저축성 부채가 워낙 많은 탓이다. 수십조원이라는 추정치도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75% 수준일 때 추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하분 50bp를 감안하면 추가 출자 자본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등 업력이 오래된 국내 대형 생보사들의 부채를 시가평가할 경우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본금 1조5천억원 규모의 알리안츠 생명보험이 단돈 30억원에 팔렸다는 점이 예고편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생명의 경우 한은 기준금리가 연 1.00% 수준까지 내려설 경우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추가 출자 규모가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2020년까지 삼성생명이 20조원, 한화생명 6조4천억원, 교보생명 4조6천억원의 책임준비금을 더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생보사의 시가총액만 삼성생명 20조, 한화생명 4조8천억, 동양생명 1조2천억, 미래에셋생명 6천400억 등 27조원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은 물론 각종 펀드도 생보사 주식을 대거 편입하고 있다. 각종 펀드에 편입된 생보사 주식이 3년여 남짓 남은 IFRS4 2단계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금융당국, 생보사 최고 경영자, 보험 전문 애널리스트,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해야할 펀드매니저 등 이른바 금융전문가들의 침묵은 어떤 의미인가. 혹시 자신들이 있을 때만 생보사의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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