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롯데쇼핑[023530]이 하이마트[071840] 인수에 얼마를 베팅할까.

유통업계와 M&A업계 전문가들은 20일 예정된 하이마트 매각 본입찰에서 사실상 롯데쇼핑의 인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진단했다.

롯데쇼핑이 이마트[139480]와 SK네트웍스[001740], MBK파트너스 등 다른 인수후보에 비해 자금력이나 시너지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인수 가격은 1조5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가전 양판 사업을 연구해 온 롯데쇼핑이기에 지나치게 하이마트 밸류에이션에 집착하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롯데그룹은 그동안 오비맥주, 대우인터내셔널 등 조 단위의 '메가 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부른 이마트와 눈치 보는 SK네트웍스 = 이마트를 앞세운 신세계그룹은 이미 전자랜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어 목표했던 가전 양판 사업에 한발 다가서 있다.

더군다나 이마트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 규모는 1천억원 수준이다.

이마트의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신세계그룹 계열이라는 점에서 자금 융통에는 문제가 없으나 2천억원 내외의 전자랜드와 동시에 인수를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적자에다 9%의 시장점유율에 그치는 전자랜드보다 지난해 약 2천600억원의 영업이익에 35%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하이마트가 더 매력적인 매물이다.

따라서 매각 측 관계자들은 가전 양판 사업 출발부터 롯데에 뒤질 수 없다는 신세계 오너의 경쟁심리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수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무리한 베팅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SK네트웍스의 경우 롯데쇼핑과 정면 대결을 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이마트보다는 웅진코웨이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이 1조원에 달하지만, 차입금도 3조5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력 면에서 열세다. 예비입찰 직전에 자문사 선정 작업에 착수해 여전히 인수보다는 공부 차원에서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 등은 추후 정해질 우선협상대상자와 손잡는 것을 가정하고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의지가 딜 성패 좌우 = 롯데쇼핑은 이마트의 전자랜드 인수를 가정하면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해야 한다. 롯데 내부에서는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카드, 롯데리아 등과 시너지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M&A업계도 롯데쇼핑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점찍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연결 기준 8조6천억원(별도 6천500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약 120%, 별도 기준 68%로 차입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오랜 준비 기간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롯데마트 내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파크를 단독 가두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이마트 매각이 발표되기 전부터 관련 사업을 연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후보 가운데 하이마트를 가장 잘 아는 롯데쇼핑이 오히려 과감하게 베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에 꺾이기 시작한 하이마트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41.9% 급감했다.

하이마트 영업권은 총자산 2조6천억원 가운데 1조7천억원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전국에 퍼져 있는 영업유통망 외에 경영진의 노하우, 구매력 등도 포함된다.

유통망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경영진의 노하우나 실적 부진에 따른 구매력 등은 재평가해야 할 상황이다. 경영진의 비리·횡령 혐의도 하이마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M&A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대형 딜에서 뜻밖에 약한 모습을 보였고 하이마트 밸류에이션을 가장 잘 아는 만큼 너무 높은 프리미엄을 내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자체 정보망을 가동해 다른 후보 제시액에서 약간 높은 가격 정도만 생각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프라이빗 딜(private deal)이라는 점에서 본입찰 후 재협상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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