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재무불안 이슈가 없는 건설사 회사채조차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서,인수 증권사가 재무부담을 떠안는 등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관투자자나 리테일 수요자들한테도 외면당한 건설사 회사채는 결국 인수단에 참가한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으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최근 극심한 증시 침체로 증권사가 주력 사업인 브로커리지나 자산관리에서도 현금을 창출하지 못해 회사채 자기자본 매입이 경영난을 가중실 킬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시장 전문가는"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앞으로 증권업계의 발행주관사ㆍ인수 등의 투자은행(IB)업무가 위축되면서 건설사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악순화의 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량 건설사인 대우건설('A+')이 지난 15일 실시한 2천500억원 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2건, 200억원 어치의 수요참가만 들어왔다. 경쟁률이 0.08대1에 불과했다.

기관에 팔리지 못한 회사채는 발행일인 26일 당일에 받는 청약분을 제외하고 인수단에 속한 10곳의 증권사가 총액인수해야 한다.

인수단은 대표 주관사 현대증권 외에 대신, 미래에셋,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 동양, 키움, 에이치엠씨, 한화, 아이비케이증권 등이다.

이들 인수 증권사들은 대우건설 회사채를 보유하다가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원매자를 찾아 매각하면 회사채 보유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향후 회사채시장 상황 '녹록지 않아' = 하지만 앞으로 회사채시장이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동안 회사채 수요예측이 시작되면서 대표 주관사를 따려는 증권사간 인수경쟁으로 발행금리가 과도하게 낮아지면서, 이미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국고채 금리의 저공비행에 따른 절대금리 메리트로 장기간 강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국고 금리의 추가 하락이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 같은 우량물은 보유 위험이 작지만 앞서 발행된 'BBB'급 회사채는 부동산 침체 지속시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BBB0'인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은 지난달말과 이달초 각각 600억원과 500억원씩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BBB+'인 두산건설은 이날 2천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A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향후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증시 침체로 증권사 경영상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연말께 증권사별로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인수한 곳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별로 받는 영향 차별화 = 연합인포맥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별 일반회사채 인수 실적은 우리투자증권이 3조750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 한국증권(2조4천850억원),케이비증권(2조650억원),SK증권(1조8천200억원),삼성증권(1조8천64억원),신한금융투자(1조7천900억원),대우증권(1조6천억원),동양증권(1조5천50억원),하나대투증권(1조950억원),산업은행(9천529억원) 순서였다.

증권사가 인수한 회사채 절대 금액보다는 자기 체력보다 과도한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 종합금융투자회사 인가를 받으려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들은 비교적 재무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초 자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고 아직 재상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 5개 대형 증권사의 관련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김은기 한화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증자로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유증한 증권사 모두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570~670%로 규제 자본 비율보다 높아 잉여 자금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국고채 및 회사채 금리 추이(3년물)>





<2012년 증권사별 일반 회사채 인수 현황(단위:백만원)>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