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 연초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이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들이 최고 실력의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열린 행사였다.

하지만 이 행사에선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일제히 이 금융기관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점은 이들 금융기관이 대규모 공적 자금 지원을 통한 구제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올해도 역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상여금을 지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투자은행의 무능을 구제하도록 정부에 로비하는 부서에 배치될 수 있느냐"등 등 조롱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고, 맹렬히 금융업계를 비난하는 구호제창으로 이어지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가감없이 전파됐다.

과연 저들이 투자은행 취업을 선망하던 소위 `아이비리거(Ivy Leaguer)'들이 맞는가 하는 의문마저 생길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투자은행들이 과거와 같이 `아이비리거'들을 다수 채용하지 못하게 되자 구직자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고 애써 폄하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직속 선배들이 직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과거 모두가 가장 선망하던 직장에 대한 시각이 싸늘하게 변한 모습 자체는 충격을 안겼다

아울러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진 분노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젊은 층은 어떤 처지인가. 관련해 최근 읽은 한 사설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설은 표와 인기를 의식한 정치권과 언론이 경제위기에 따른 젊은 세대의 고통을 과장해 세대간 대립을 부추기고, 자립보다는 복지에 의존하는 세태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이들이 가진 `분노'는 정치와 언론의 희생양이라는 의미다.

청년층들이 모두가 원하는 `좋은 직장'은 언제나 한정된 우수 인재들 만이 접근 가능했지 지금 유독 얻기 어려운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강의신청은 물론 입사시험에까지 부모가 나서 간섭할 정도인 자녀 과보호 세태가 마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어려움인 양 조장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도 비판의 여지는 있다. 한국의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가 선망하는 좋은 직장이나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가 아니라, 꿈을 펼칠 수 있는 건실한 일자리와 언젠가 자신의 주택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원하는 것이라는 반박이다.

공식 실업률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진 실제 실업률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저임금, 이미 지나치게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 등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반박 논리다.

프린스턴의 청년들이나 한국의 청년들 모두 나름의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대표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대비하고, 동시에 먼저 나서서 경제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다.

다만,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청년들의 분노'를 발전적 에너지로 바꿔 줄 인적 투자를 적극 계획하고 있는 곳은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이 재산이고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여기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텐데 말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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