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한 기금운용본부의 정기감사에서 예년보다 지적사항이 많이 늘어나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감사를 받은 기금운용본부 측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고 감사를 진행한 공단 측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감사실 관계자는 24일 "이번 정기감사는 객관적으로 실시됐고 향후 기금운용본부에 미치는 영향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내부 감사결과가 나쁘게 나오면서 기금운용본부는 예산안 등 협의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내부 감사 결과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반영할 때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인력을 증원하거나 임금을 올릴 때마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등의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이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감사결과는 크든 작든 공공기관 예산안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올해 상반기 내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총 27건, 32명에 이르는 감사 지적사항이 제기됐다.

총 27건 가운데는 기관경고 1건, 경고 6건, 주의 5건, 개선 1건, 통보 14건 등으로 수위가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특히 기금운용본부 준법지원실의 경우 기관 제재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기관경고를 받았다.

해외대체실이 해외 사모 위탁운용사와 추가약정을 체결할 때 투자위원회의 승인 요건에 따라 적절하게 약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고 준법지원실은 이를 제때 감시하지 못한 책임이 불거졌다.

국민연금 감사실은 운용보수 면제 조건을 투자위원회 승인 요건과 다르게 체결하면 운용보수가 추가로 지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이번 상반기 기금본부 감사는 지적사항도 예전에 비해 많을뿐더러 수위도 다소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결과는 최근 몇 년간 감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금본부 정기감사에서는 상반기와 하반기 합쳐 총 35건의 제재가 결정됐다. 하지만 개선권고통보가 28건에 달할 만큼 제재수위는 크게 약했다.

2014년에는 감사원 감사 등이 겹쳐 한차례 실시됐다. 당시에는 지적사항이 10건에 불과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감사가 실시된 2013년에는 총 44건의 지적사항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통보나 개선 등 가벼운 수준의 제재에 그쳤다.

이번 감사에서는 주식운용실의 경우 예비운용사 선정 기준을 위반했고 투자지침 위반 운용사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 외부위원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운용전략실은 위탁운용사의 투자지침 위반 시 단계별 조치를 생략했고 위탁운용사에 대한 추가 자금 배정이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 예비운용사 정기평가 시 오류가 발생해 관련자에 대한 제재도 요구받았다.

대체투자실은 손실확정 가능성이 큰 투자 건과 관련해 위탁운용사 관리를 소홀히 하고 투자 검토도 미흡했다는 감사결과를 받았다.

아울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2년간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내용이 실제와 상이하게 공시돼 개선 조치를 요구받았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추진한 업무 전반을 대상으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업무 중에 통상적인 절차가 반복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며 "감사 결과가 어찌됐든 이는 받아드리고 시정해야한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문형표 이사장이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 취임 이후 첫 감사에서 기금운용본부에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실은 이사장과 독립해 별개로 조직돼 있다"며 "정기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은 감사실의 당연한 의무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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