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베트남의 스토리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한국도 1970년대에 지하철이 개통됐는데, 호치민에 지하철을 지금 짓고 있다. 너무 신기한 것은 최근 베트남 선수가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게 됐다. 우리나라도 양정모 레슬링 선수가 금메달을 30년전에 땄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엄청난 나라다. 베트남이 잘못되긴 쉽지 않겠다고 본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에는 수익률과 상관없이 여전히 마케팅 측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는 단일 국가 해외펀드로는 첫 출사표를 던진 베트남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 코리아펀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 상장된 가격은 12달러, 마지막에는 15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30년 전의 코리아펀드가 대성공했다면 이제는 베트남이 될 때가 됐다. 그래서 나는 있는 돈 다 넣을 것이다. 대표인 나는 물론 직원들도 강제로 가입해야 할 것이다. 돈이 없는 직원은 빌려주기로 했다"

작년 펀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자산운용도 베트남에 뛰어 들었다. 베트남펀드가 연초 이후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가운데 30년 전 기억을 꺼내든 존 리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베트남펀드는 확실히 대중화에 성공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묵묵히 베트남시장을 연구한 곳이 있다. 자문사 1세대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다.

"아직은 마케팅 파워가 강한 존 리가 베트남펀드에 불을 활활 붙였다. 그러나 사실은 원조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고 한 펀드매니저는 말했다.

업계의 '양반'으로 통하는 송 대표는 피데스투자자문 시절부터 베트남을 연구했다. 주변인들은 송상종 대표의 집념이라고도 표현한다.

송 대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 전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와 함께 광주일고 출신 3대 스타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다.

동원증권 주식부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교보생명에서 채권부와 주식부 펀드매니저를 하다가 1998년 피데스투자자문을 세웠다.

박 회장, 장 대표는 물론, 1998~1999년에는 현 트러스톤자산운용인 IMM투자자문의 황성택 대표,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이 자산운용이 된 강방천 회장 등이 잇따라 회사를 만들 때 송 대표도 독립했다. 자문사 1세대인 송 대표는 이들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피데스투자자문을 굉장히 알차게 운영했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베트남 전문가로 통한다. 2007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개설해 베트남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증시의 부침이 워낙 컸던 터라, 많은 곳들이 베트남 진출을 검토했고 실제 진출했다가 철수하기도 했다. 한국투신운용 정도가 베트남에 유일하게 한 번의 쉼 없이 베트남 리서치사무소를 유지한 곳으로 꼽히는데,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도 아닌 투자자문사가 이를 해낸 것이다. 피데스투자자문은 헤지펀드 라이선스를 받고 피데스자산운용으로 변신했다.

송 대표는 10년 가까이 베트남을 수시로 오가며 베트남 속으로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송 대표의 베트남펀드는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인데, 그가 베트남 주식을 고르고 매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피데스자산운용의 유일한 헤지펀드인 '피데스신짜오헤지펀드1호'는 출시 이후 수익률 10% 이상을 기록 중이다. 100개가 넘는 헤지펀드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베트남을 통틀어 2~3번 다녀와서 베트남펀드를 내는 곳과, 피데스자산운용은 다를 것"이라며 "베트남이 금융상품 시장에서 대중화된 지금, 이들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낯설던 베트남에 잘나가는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들어오는 걸 보면, 확실히 지금은 베트남 시대가 맞나 보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베트남 시장에서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가 보여준 꾸준함을 후발 주자들이 물려받길 바랄 수밖에. (금융증권팀 차장)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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