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집단대출 규제를 통해 1천3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그간 금융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속도 조절에 나섰던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수급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관리 방향을 조정한 셈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부채는 1천257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보다 54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저금리 환경과 주택시장 정상화 등의 시장 상황이 맞물리며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이중 집단대출은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나타내며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4%에서 올해 상반기 49.2%까지 늘었다.

정부가 집단대출을 정조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누적된 분양 물량까지 고려하며 집단대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선분양 의미의 집단대출 보증제도를 개편했다. 또한, 11월부터 은행이 집단대출 차주의 소득자료를 확보토록 해 상환 여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대출의 경우 상환능력 심사가 철저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분양시장 활성화로 빠르게 증가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또한 시공사와 지역, 입주 시기에 따라 대출 편중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도 집단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하지만 집단대출을 정조준한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집단대출의 보증제도 개편이란 간접적인 규제로 주택시장의 공급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전에 주택공급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택지 매입 단계나 인허가 단계에 관한 공급을 조정키로 했지만, 이 역시 가시적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강화가 대책에서 제외되면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규 분양 아파트를 산 경우 일정 기간동안 매매를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 제한은 부동산 시장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으로 고려돼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6개월에서 1년 수준으로 책정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주택시장과 건설경기 위축을 우려한 정부는 이를 반대했다.

사실상 가능한 수준의 대책 중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받아 온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빠지면서 이번 종합대책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A 은행 연구원은 "건설 경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선 다행이지만, 사실상 의미있는 규제를 찾기 힘들다"며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역시 주택 공급 보단 금융 규제의 하나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집단대출의 보증제도를 개편한 범위가 10%p로 그리 크지 않아 사실상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지 모른다"며 "가계부채는 누적된 분양 물량만 고려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가 추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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