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롯데쇼핑과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이 지난 20일 마감된 하이마트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IB 업계는 당초 인수의지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던 칼라일의 경우 하이마트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입찰 흥행을 위해 끌어들인 것으로 판단해 사실상 롯데와 MBK의 양자 대결로 보고 있다.

칼라일은 현재 역시 씨티가 매각 자문업무를 맡은 LIG넥스원 지분 매각에도 참여한 상태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이마트와 SK네트웍스가 불참함에 따라 하이마트 M&A는 일단 외견상 흥행에 실패했다.

이마트는 이미 전자랜드를 거의 확보해두고 있어 가전 양판 사업에 한걸음 다가 서 있다. 1조원 중반대까지 예상되는 하이마트 인수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SK네트웍스는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참 이유로 설명했으나 유통 사업에 대한 공부 차원에서 예비입찰과 실사에 참여했다는 업계의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IB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마트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계자들은 정보력이 뛰어난 롯데쇼핑이 대거 불참을 예상해 1조원 중반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가격을 써냈을 것으로 추측했다. 설사 높은 가격을 제시했더라도 추후 협상과정에 상당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도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MBK는 씨앤앰과 HK저축은행 등에서 '엑시트'하지 못해 무리하게 다시 M&A를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설사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더라도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어차피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경매호가식 입찰)로 진행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유진그룹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H&Q 등이 하이마트 매각을 보류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단기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유진그룹은 반드시 하이마트를 매각한다는 입장이나 매각 주체가 많은 만큼 내부에서 가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유진기업의 콜옵션을 대리 행사해 재무적 투자자 지분 약 6%(주당 7만6천500원)를 매입한 농협PEF가 떨어져 나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농협PEF로서는 적어도 현재 주가가 6만1천400원(전일 종가 기준)인 하이마트를 8만원 이상에 팔아야 한다.

또, 유진그룹이 지난 4월 말 하이마트 거래 정지를 풀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경영투명성개선계획'에 매각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유진이나 H&Q, 선종구 전 회장 등이 모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나 다시 합의해 매각을 보류할 수도 있다"며 "하이마트 M&A는 이제부터 '우리 밖에 없다'는 롯데·MBK와 '안팔 수 있다'는 매각 측의 힘겨루기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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