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투자에는 책임이 따른다."

주식 등 자산 시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 경구가 하우스푸어 대책에서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대선 공약과 금융위원회의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 사항 등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은 보유주택 지분매각과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으로 요약된다. 이들 대책의 골자는 하우스푸어의 채무를 줄여주고 상환 재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원칙을 도출하는 데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하우스푸어 가계의 특성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주택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집이 있으면서도 전ㆍ월세를 사는 가구는 2005년 66만 7천692가구에서 2010년 114만 235가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중 70%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재무 부담으로 집을 사고도 전월세를 전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매매 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집을 소유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들의 주택소유 목적이 매매차익에 비중을 둔 경우라면 상황이 좀 심각해진다. 주식 깡통계좌를 정부 공적자금으로 지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현재 추진되는 하우스푸어 지원책이 원칙 없이 집행되면 깡통계좌를 지원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권에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경우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등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가계파산,금융권의 400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염려되지만 하우스푸어 대책 자체가 '투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실패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하우스푸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주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5%인 671만 1천여가구가 무주택 전ㆍ월세 가구이다.

책임은 사라지고 지원만 남아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차기 정부는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약속 이행에만 매달려 인기에 영합한 지원책을 강행한다면,스스로 독배를 들이키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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