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주요 자산가격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돌파했고, 원화가치도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한때 1,091.80원까지 내렸다.

부동산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 일부는 분양가가 3.3㎡당 5천만원까지 찍었다. 부동산 거품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성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약발이 먹혀들지 미지수다.

우리나라 주요 자산가격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시장 내부의 각 요소를 반영한 것이지만 더 큰 그림에서 보면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 현상이 진행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글로벌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보다 두 단계 아래인 'AA'로 상향함에 따라 이러한 유동성 흐름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특히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신흥국들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강등 경고를 받고 동남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비판적으로 돌아선 선 가운데 우리나라만 신용등급이 올라 더욱 대비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튼튼한 경제라는 대우를 받았다는 기쁨보다 등급 상향 이후 핫머니(단기투기성자금)가 우리나라에 대규모로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 세계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오면서 거품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금의 유출입 때문에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될 때 한국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거 사례에서도 이런 점은 도드라졌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무디스와 S&P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며 신용등급을 올려줬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들어온 단기성 투기자금들이 주요 자산가격을 올리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차입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우리는 외환위기에 빠지게 됐다.

현재 우리 경제를 돌아보면 낙관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경기 둔화로 내수가 가파르게 위축된 가운데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량 실업 우려까지 있다.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도 무방비상태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도 소홀하다.

우리가 다른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자화자찬을 할 때는 아니란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조롱을 들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스스로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과열방지를 위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데 우리만 언제까지 '묻지마 부양'을 계속할 순 없다. 몇 년 뒤 심각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내실을 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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