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부처 관료들의 공감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각종 경제정책이 국민들의 고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겉돌면서다.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대책이라며 난임부부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책에 분노에 찬 댓글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3차 저출산 개선 기본계획(2016∼2020)이 지난해 12월 발표됐지만출생아는 올들어 더 줄었다.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6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00명(7.3%) 줄어든 3만2900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월별 출생아 수는 지난 5월에도 3만4400명으로 기록하는 등 두달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의 저출산은 이미 재앙 수준이다. 서울 거주 여성들의 합계출산율은 0.968명에 그쳤다. 여자 한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가 한 명도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고나 질병에 따른 인구 감소를 감안해서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 1.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육아 환경이 워낙 열악한 탓에 일하는 여성들 가운데 아기 낳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한 결과다. 이른바 '출산 파업'인 셈이다.

육아를 오롯이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육아독박'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찍 결혼한 젊은 부부들도 아이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고난의 행군'이다. 베이비시터 임금으로만 한 달 평균 2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믿을 만한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결국 맞벌이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첫째는 서울에 있는 처가, 둘째는 본가가 있는 지방에 맡기는 등 이산가족의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은 앞으로 저출산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결혼은 물론 출산도 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로스트제네레이션(lost generation:잃어버린 세대)으로 전락한다. 로스트제네레이션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절에 정규직에 취업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나 파견직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일자리를 아예 찾지 못한 청년들을 의미한다. 청년 실업이 고착화되니 당연히 결혼이 늦어지고 아이도 낳지 못한다 .

이쯤되면 국가 비상 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고통에 공감 능력을 가진 정부라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의무교육을 통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듯이 '의무보육' 혹은 '의무육아' 정책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기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는 의무육아 정도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저출산 사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수녀 출신의 영국의 역사학자인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은 인간이 타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 등을 가지면서 신화를 만들고 철학을 넘어 종교까지 발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경제부처 공직자들은 '신화의 역사', '마음의 진보' 등 카렌 암스트롱의 저서라도 챙겨서 보면서 국민 생활고에 대한 공감능력을 회복했으면 싶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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