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성과급 잘 챙겨주기로 소문난 한 증권사 임원의 상반기 연봉을 30일 계산해봤다.

12억원 플러스알파(α)라고 공시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6개월간 한 달 2억원, 1주일에 5천만원을 받은 셈이다.

한주 급여분이 아침 7시 전에 출근해서 기약 없이 근무 후 퇴근하는 증권사 리서치어시스턴트(RA)의 연봉과 맞먹는다.

'임원이니까'라는 이유가 있지만, 더 속을 쓰리게 하는 사람들은 임원도 아닌데 하루 동안 누군가의 연봉을 버는 선수들이다.

영업점 직원 중 전설적인 존재들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강남지점의 한 직원은 한 달에 가져가는 인센티브가 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월 1억원의 케이스는 영업점에서 드물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시장 등 리테일 환경이 완전히 죽어버린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최근엔 원자재 트레이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역 등이 '연봉킹'으로 떠오르고 있다.

A 증권사 원자재 선물 본부는 거래 금액의 7%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요즘 리테일 주식 매매 수수료는 제로(0)에 수렴한다.

이 중 3.5%는 회사가, 나머지는 거래를 진행한 트레이더 손에 떨어진다.

원자재, 특히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이 이런 수혜를 입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홈트레이딩서비스(HTS),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은 브로커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지만, 이들 LME 트레이더의 주문 방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LME는 아직도 전화 주문 방식을 고집한다. 구리든 은이든, 주문하고 싶다면 영국 LME에 전화해서 영어로 주문을 넣어야 한단 얘기다.

주문 방식도 방식이거니와 원자재 선물 거래의 희소성 등이 맞물려 7%대의 수수료를 낳았다.

아연 선물 1계약에 2천300달러, 원화로 300만원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1계약에 20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식을 300만원 거래했다면 수수료는 0.5% 안팎, 즉 1만5천원이 떼인다.

부동산PF 부서도 고소득 연봉자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B 증권사 부동산PF 사업부는 지난해에만 1천5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 본부에 떨어진 성과급은 1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80억원, 세금을 떼고 40억~50억원 정도가 본부장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나머지는 사이좋게 팀원들이 나눠 가졌다. 이 본부장은 직급은 임원이지만 비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따로 연봉을 공시하진 않았다.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일부 프랍트레이더는 월 10억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곤 한다.

보통 50대 50, 잘 받으면 60대 40으로 수익을 회사와 나누기 때문이다.

운용하는 북(book)이 100억원, 월 10%의 수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5억~6억원의 인센티브를 가져간다.

"펀드 매니저? 개미핥기네"라는 한 한국영화의 대사가 올해 여름 여의도에서 원성을 샀다.

그 영화 덕에, 그리고 연봉 공시 후 떠돈 수십억원대의 인센티브 설에 주식 매니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식 말고 딴 거 할걸…."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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