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주가연계펀드(ELF) 인기가 높아지며 운용업계가 적극적인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그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ELF는 단위형 상품으로 자금유입 규모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크지 않은데다 운용보수까지 낮아 운용사 입장에선 '먹을거리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출시된 ELF는 총 114개, 설정액은 7천270억원에 달한다.

개별 운용사별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29개 ELF를 출시하며 3천765억원의 설정액을 기록했다. 하이자산운용 역시 24개 펀드를 선보여 1천276억원의 자금이 설정됐으며 동부자산운용은 426억원, KB자산운용은 236억원을 기록했다.

ELF는 펀드 환매자금을 잡기 위한 운용사의 생존전략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증권사 상품인 ELS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A운용사 관계자는 "원래 ELF는 대형사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중소형사로는 동부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던 상품"이라며 "펀드 환매로 자금유출 현상이 극심해지자 운용사들 사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ELF라도 발행해 자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올들어 ELF를 다시 발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 계열사가 있는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B운용사 관계자는 "ELF는 운용에 들어가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적은 상품이지만 판매사의 요구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시장 상황에서 은행이 고객들에게 일반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기 보다 ELF를 추천하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LF 전담 운용팀을 별도로 꾸리고 있는 것도 대형사인 신한BNP파리바 정도다. 신한BNP파리바는 5명으로 구성된 투자공학팀에서 ELF를 전담한다.

반면 대부분의 운용사는 2명 안팎의 인력이 퀀트 운용 본부에서 ELF를 꾸려 나가고 있다.

C운용사 관계자는 "ELF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한 발행사와의 네트워크 및 판매력, 리스크 관리 능력까지 필요로 하는 상품"이라며 "제대로 된 상품 운용을 위해선 보수 수준을 다소 상향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업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향후 ELF 시장이 투자자들에겐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병욱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팀장은 "조기상환형 ELF의 경우 시장 하락기에 구조가 더 좋아지며, 기초자산의 기준가도 낮아져 안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 조정시가 보다 적극적인 투자 시기"라며 "주가 상승 뿐 아니라 횡보, 하락 국면에서도 은행이자 대비 2~3배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ELF 투자는 효과적인 자산배분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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